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혜인 Jan 13. 2023

노원에서 미술적 목마름을 해소하기

<미술품의 보존과 복원>, <미술재료학> 미술 초청강연 참석기

노원에서 미술적 목마름을 해소하기 - 노원 문화PD 2기 공릉권역 프로젝트 <노원에서미술하는사람들> 미술 초청강연 참석기


    공연예술은 ‘지금, 여기(Now and Here)’를 집중적으로 사유한다. 그리하여 ‘찰나의 순간’과 되돌릴 수 없고, 두 번 다시 똑같을 수 없는 ‘사건’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형성한다. 반면, 미술은 과거를 첨예하게 들여다보는 경향이 발견되며, 과거를 탈은폐하여 보존하고 이를 위해 어떠한 재료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연말이 다가오자, 노원에도 수많은 문화예술행사가 개최되었지만, 필자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미술’을 들여다보기로 결심했다. ‘공릉동’—조형대학으로 국내에서 명성을 지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위치—에서 특별한 미술 강연 두 편이 개최된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는 전시 감상과는 다른 측면에서의 미술적 경험 확장이었다.

    노원왓수다 노원 문화PD 2 공릉권역 프로젝트인 <노원에서미술하는사람들>(이하: <노미사>) 지난 10월과 11월에 걸쳐 <미술작품의 보존과 복원> 그리고 <미술재료학> 강연을 개최하였다.

<노미사>의 두 강연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미적이면서도 지적인 지평을 넓히는 시간을 선사했다. 특히 서울여대 등 노원구 소재 미술대학 학생들과 현업 작가들이 다수 참여하여 미술적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작업의 현위치를 점검해 볼 수 있었다.


미술을 경유하여 과거에 대해 사유하기: 초청강연 1. <미술작품의 보존과 복원> (강연자: 김겸)


    기실 미술대학에서는 재료학 관점의 수업이 전무하고, 이에 따라 전공자들은 재료학적 지식에 대한 갈증을 떠안은 채 대학을 떠나곤 한다. 이러한 유신성PD의 강연 기획 의도에 따라, <미술작품 보존과 복원>은 10월 21일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렸다.


(C) 노원문화재단


    강연자 김겸 박사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보존전공 교수자이다. 그는 명동성당의 <14 사도상>(2019) 및 광화문 이순신 동상 등 다수의 저명한 미술품 복원에 참여한 바 있다. 그리하여 자신의 복원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품 복원, 보존에 대한 기초적 개념을 전달해주었다. 미술품 복원은 ‘화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통해 미술과 과학의 융합적 사고를 제고하였다.

    나아가, 본 강연은 다수의 복원 레퍼런스를 소개하며 종국에는 ‘왜 우리는 예전 것들을 복원할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나누는 시간으로 나아갔다. 이처럼 보존/복원 분야는 ‘과거’라는 다시는 오지 않을 불변의 진실을 들여다본다. 즉, 미술품 복원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작품과 시간의 변화가 가진 가치와 의미를 함께 복원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나간 것에 대해 망각한 채 현실을 살아내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남긴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쩌면 괴로운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치열한 몸부림 끝에는 새롭게 다가올 삶과 영감 존재한다는 시사점을 남긴다.


미술과 나의 작업을 아는 힘: 초청강연 2. <미술재료학> (강연자: 이헌형)


    11월 10일, 공릉동 로컬컨시어지에서 신한화구(ShinHanart) 이헌형 박사의 <미술재료학> 강연이 이루어졌다. 본 강연에서는 작업을 위한 재료 선택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헌형 박사는 「자외선에 의한 안료의 색채변화에 관한 연구」1)를 비롯하여 ‘색채변화’에 관심사를 가진 강연자다. 그의 주요 분야를 바탕으로 다양한 색과 색명(Color Name)을 탐색했고, ‘색료 해독’을 배울 수 있었다.


(C) 노원문화재단

    

    본 강연은 각각의 재료의 차별점을 전달해주는 것을 넘어선다. 바로 작업 본연의 ‘가치’에 관한 단상을 나누기 때문이다. 주지할 만한 점은, 대한민국이 자본주의라는 점을 명쾌하게 인식시키며 ‘자본주의에서 작품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결론은, 자본주의에서 돈으로 모든 것이 다 가능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 작품이 팔릴 수 있는 가능성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모두 남길 수 있어야 함을 지적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어떤 사상과 철학으로 작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본 강연은 노원의 작가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하여 작가가 자신의 작업(혹은 작업관)을 ‘알게끔’ 유도한다. 요컨대, 작품 성향에 맞는 재료 고르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미술 재료에 대한 지식이 수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후의 만찬>(1490)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템페라(tempera)와 유화를 섞어서 그렸던 전략을 엿보는데—이는 작품이 부식되기 쉬운 방법이다. 천재인 다빈치가 왜 이러한 접근을 시도했을까?—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래에 변화될 색 조합을 생각했던 다빈치의 재료학적 지식과 작업관이 반영된 것이다. 다빈치는 재료의 성질을 정확히 알았고, 이를 전략으로 철저히 구현하였다. 즉, 본 강연은 재료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나의 작업을 아는 힘’을 기르는 것에 그 무게가 가중되어있다.


나가며: 노원, 미술, 목마름


<미술재료학> 강연장소 @공릉 로컬컨시어지 (C) 조혜인


    두 개의 강연에 참석하며 노원은 미술 하기 참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을 품었다. ‘문화공간 정담’, ‘상계예술마당’ 등 지난 몇 년 동안 예술공간의 창립과 더불어 미술인들이 모일 기회가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본 강연 또한 ‘미술 하기 괜찮은 곳, 노원’이라는 인식확장에 기여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각자의 자리에 흩어져있던 미술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목마름’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미술인들의 몸, 욕구가 모였다. 이는 미술의 끈을 놓지 않고자 하는 갈증 해소를 향한 걸음이다. 두 강연들은 공통적으로 ‘예술가는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예술을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노원의 예술가들이 이러한 물음에 대한 갈망을 품고,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그 갈망을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미주

1) 이헌형, 박연선. 「자외선에 의한 안료의 색채변화에 관한 연구」. 『한국색채학회 학술대회』 Vol.2014 No.5. 2014. 40-4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