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것과 아쉬운 것을 중심으로.
2017년이 되었다. 다사다난한 2016년은 어느새 작년이라는 과거가 되었고, 우리는 다시 새로운 1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1월은 계획과 시작의 달이다. 우리들은 1월을 맞아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늦던 빠르던 계획한 것에 맞춰 살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들 중 누군가의 한해 계획에 2017년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한동안 2017년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을 고민하는 그들을 위해 2016년 직접 참석한 8개의 뮤직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필자가 체감한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써보고자 한다. 필자의 경험이 올해 페스티벌 계획을 잡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사운스 퍼레이드
사운스 퍼레이드. 올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은 5월과 8월 두 번 개최되었고, 이 중 사운스 퍼레이드는 5월에 개최되었다. 월디페가 내세운 새로운 페스티벌 브랜드로서 비록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운스 퍼레이드는 그 자체만으로는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인상적인 점
1. 보다 특색 있는 라인업
그간 한국 대형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하우스 장르 일색이었다. 어디를 가던지 당시 유행하는 하우스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심하면 같은 곡이 같은 무대에서 하루 대여섯 번 플레이되기도 했다. 이처럼 정체된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씬에 2016년 사운스 퍼레이드의 행보는 신선하다. 네덜란드의 Q댄스와의 협업을 통한 '하드 스타일' 장르, 옐로 클로, 슬랜더, 나이트메어 등의 뜨거운 반응으로 씬의 주류를 차지한 '트랩'장르 그리고 플럭스 파빌리온, 닥터 피의 덥스텝 장르 아티스트들을 섭외하여 신규 페스티벌 팬들뿐 아니라 기존 페스티벌에 불감했던 팬들도 만족시켰다.
2. 춘천이기에 가능한 밤샘 파티
서울에서 개최되는 뮤직 페스티벌은 보통 오후 11시에 마무리된다. 소음과 조명 등에 의해 수면권이 침해받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기에 새벽까지 이어지는 밤샘파티는 무리다. 그러나 사운스 퍼레이드는 다르다. 춘천 송암 레포츠타운이라는 도심 밖에서 이뤄지는 행사이기에 체력만 따라 준다면 정말 밤을 새우며 놀 수 있다. 이는 사운스 퍼레이드를 남들보다 긴 일탈을 꿈꾸는 관람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다.
3. 쾌적한 공간
서울에서 개최되는(대부분 잠실 올림픽 경기장) 뮤직 페스티벌을 한 번이라도 가본 분들은 알 것이다. 정말 갑갑할 정도로 사람은 많고 공간은 부족하다. 심지어 이 부족한 공간에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들과 행사 부스들까지 들어온다면...? 즐거운 페스티벌을 즐기기에는 힘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운스 퍼레이드는 정말 쾌적한 페스티벌로 기억한다. 이는 사운스 퍼레이드의 관객이 적어 편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춘천 송암 레포츠 타운이 엄청 넓다. 그래서 뭘 하든 쾌적하다. 올해부터 월디페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것은 좋으나 공간의 쾌적함이 없어진 것은 아쉽다.
4. 역대급 무대와 연출
올해 사운스 퍼레이드의 무대와 공연 연출은 역대 한국 뮤직 페스티벌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메인 스테이지의 무대와 연출에 대한 월디페의 노하우와 관련 분야 내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Q 댄스 팀과의 협업으로써 이룬 성과이다. 압도적인 메인 스테이지의 규모는 입장하는 순간 관객을 압도하며, 저녁이 되며 부각되는 수많은 레이저와 불꽃 효과 그리고 아낌없이 사용한 폭죽은 단순 음악을 즐기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장이 마무리되는 기분을 들게 하였다. Q 댄스와의 협업이 2017년에도 이뤄질 것인가는 미지수이지만 2016년을 통해 획득한 노하우가 올해에도 적용된다면 올해도 꽤 근사한 연출이 될 것이다.
아쉬운 점
1. 비 수도권.
공간이 쾌적하며 밤새 놀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춘천이 수도권에서 멀고 교통편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춘천으로 향하는 교통편은 그렇게 좋지도 않다. 왕복으로 최소 2시간 20분(직행버스)이 걸리며 다른 교통편은 더 힘들다. 이처럼 수도권 관객들도 힘든데 지방 관객들은 더더욱 힘들다. 문제는 행사장에 도착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일권이 아닌 이틀권을 예매한 사람들 중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숙소로 오고 가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행사장으로 가는 버스는 매우 한정되어 있고 그 버스가 숙소를 거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틀을 택시로 이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택시비도 만만치 않다. 이 점은 그간 월디페(사운스 퍼레이드의 모 페스티벌)에 꾸준히 제기된 문제이다. 다행히 올해 서울로 옮기며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2. 흡연/비흡연 구역의 구별이 없다.
2016 사운스 퍼레이드에서 흡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뮤직 페스티벌에서 흡연구역 지정은 종종 무시되지만 흡연구역의 존재는 중요하다. 비흡연자가 흡연자에게 흡연구역으로 이동을 부탁할 당위성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사운스 퍼레이드의 운영은 아쉽다. 필자가 잘 모르는 흡연구역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입장하며 흡연구역을 물었을 때 "여기 아무 데서나 펴도 상관없어요!"라는 답변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흡연자들은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웠다. 공연장 안, 거리, 휴식 공간 어디서든 그들이 보였고 실제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주최 측의 제제는 없었다. 2017년의 월디페에서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
올해 사운스 퍼레이드의 모태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이 서울로 돌아온다고 한다. 필자는 아직 개최지는 어디인지 모르나 다시 서울로 돌아온 월디페가 반갑다. 그간 월디페는 그 규모와 수준에 비해서 비 수도권 핸디캡 때문에 평가절하 당했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옴으로써 그 수준에 맞는 정당한 평가를 받고 토종 뮤직 페스티벌 브랜드로서 보다 확고한 기반을 다지길 바란다. 그리고 2017년 월디페는 그것만으로도 방문할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