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기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
2022년 12월 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강화 비전과 전략을 담은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면서 동물복지 요소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건전한 반려동물 소유자 돌봄 의무 확대, 동물 학대 범위 확대 및 재발 방지 강화, 동물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동물등록제 등록 활성화 등 예방책 마련, 개 물림 사고 방지를 위해 맹견・사고견 양육・영업관리 강화 등 사람・동물 모두가 행복한 하나의 복지(One-Welfare) 실현을 비전으로, 새 정부에서 중점 추진해 나갈 동물복지 정책 방향을 3대 추진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고 했다.
사람・동물 모두가 행복한 하나의 복지(One-Welfare) 실현이라고 하였건만, 그 어디에도 농장동물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돼지의 원래 평균 수명은 16년이다. 하지만, 농장동물로서의 돼지(비육돈)의 수명은 6개월도 채 살지 못한다. 그리고 6개월 동안의 삶도 그야말로 비참함 그 자체이다.
태어나자마자 꼬리 자르기, 송곳니 자르기, 거세를 실시한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인해 어미 유두에 상처를 내거나, 새끼 돼지들끼리 서로의 몸에 상처를 내어 감염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어 송곳니를 잘라 준다. 꼬리는 호기심 많은 새끼 돼지들끼리 서로의 꼬리를 물어 뜯어서 상처와 염증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잘라준다. 그리고 거세의 경우, 수컷 특유의 냄새(웅취)를 줄이고 육질 개선 및 온순한 성질을 위해 실시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마취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대학시절 나는 농장 실습시간에 1일령 새끼 돼지의 거세를 한 경험이 있다. 다른 친구들이 비명과 발버둥 치는 새끼 돼지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있는 동안, 마취 없이 고환을 적출했다. 그 당시에 내가 새끼 돼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고통을 느끼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처치해 주는 것뿐이었다. 새끼 돼지는 분명히 이 과정 동안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웠고, 무서웠을 것이고, 또 심한 통증으로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야생돼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코로 땅을 파헤치고 뒤집으며 먹을 것을 찾는데 보낸다. 실험동물 시설에서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장난감 등을 제공해 준다. 무게감 있는 공을 넣어 주는 것 만으로도 돼지가 코로 땅바닥을 헤집고 뒤집는 습성을 자극하여 아주 좋은 엔리치먼트 도구가 된다. 실험동물 돼지의 경우, 꼬리 자르기도 하지 않는다. 사육환경 개선과 장난감을 넣어 주는 등의 노력만으로도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는 것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공장식 축산 농장동물의 삶은 매우 비참하다. 야생에서의 본능과 관련된 정상적인 활동인 먹이 찾기 활동과 땅 파헤치기는 전혀 할 수가 없고, 좁은 사육공간, 새로움이 전혀 없는 환경 등에서 소음과 악취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살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는 돼지의 경우 축사 내에서 상동증(뚜렷한 목적 없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으로 사육시설의 일부를 반복해서 물거나 씹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복지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생산비용과 구매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사육 방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장식 축산 방식을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결국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영양가 높은 고기, 유제품, 계란을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육 방식에는 숨겨진 동물들의 고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도 알아야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도 아주 소심한 결심을 해 본다. ‘육식을 줄여보자’ 오늘부터라도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없는 날로 정하고, 고기를 구입할 때는 동물복지 인증 육류를 이용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동물 모두가 행복한 하나의 복지(One-Welfare) 실현에 농장동물도 추가되어 농장동물들의 삶도 하루빨리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