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12.02.29’
앗! 이건 분명 내 글씨가 맞다.
그대로 멈춰 서서 기억을 가만히 되살려보니, 내가 직접 담근 것도 맞다.
그런데, 이것 외에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날 내가 왜? 무슨 이유로? 이 더덕주를 만들었을까?
더덕은 어디서 생긴 거지? 선물 받은 건가?
왜 하필 나는 이 더덕으로 술을 만들었을까?
술은 단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는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만든 거지?
이 술을 만들면서 나는 어떤 기분이었고? 이걸 언제쯤 먹을 예정이었을까?
궁금한 부분이 너무도 많은데, 기억나는 것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몇 날 며칠 동안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 정말 사실이었구나.
기록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는 내 소중한 순간들이 이 외에도 얼마나 많을까? 라고 생각하니
나의 소중한 과거의 추억을 지키기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함께 슬퍼지기까지 했다.
이제부터는 꼭 기록을 해야겠다.
만든 날짜와 함께 이것을 만들게 된 이유,
그날의 내 기분이나 생각,
그리고 만드는 과정 중에 생긴 에피소드까지도 말이다.
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기록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 나는 이제서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쉬지 말고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 다산 정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