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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Feb 08. 2023

23년 2월 8일

29개월 1일

우주랑 엄마는 아홉 시에 잠들었다. 우주는 종일 설렜나 보다. 새집으로 가는 길에도, 다시 돌아와 엄마를 픽업하러 가는 길에도, 이케아로 향하는 길에서도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서도 낮잠에 들지 않았다. 새집에 간다고 했더니 우주가 엄청 좋아했는데, 도착해서 시설 점검을 위해 이방 저 방 돌아보는 나를 따라다니다가 갑자기 “우주 이사하는 집 너어무 예뻐엉!”하며 감탄했다. 나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무것도 없는데도 왠지 포근하다고 느꼈는데. 우주도 뭔가를 깊이 느낀 모양이다.


키를 받아 줄눈 시공을 위해 문 열어드리고 블라인드 주문 때문에 궁금했던 창 치수만 재고 다시 나오면 간단히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키 불출하러 가는 길이 꽤 멀었고, 우주를 안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체력 소모가 심했다. 거기서 우리 집 까지는 한참 멀어서 차로 다시 우리 동을 찾는 데도 꽤나 시간이 들었다. 할 일을 마치고 다시 키를 반납하고 올 때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차 타고 온 엄마가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되었다.


배는 고팠지만 달달한 디저트도, 좋아하던 커피도, 이케아에서 먹은 저녁식사도 넘기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냥 해도 에너지가 무지 소모되는 일을 우주랑 같이 하려니 체력이 급속도로 빠진다. 무릎도 아프고 눈은 뻑뻑하고 얼른 눕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을 준다고 해서 내가 누워 쉴 것 같지는 않았다. 기분이 뭔가 둥둥 떠서 내려오지를 않는다.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듯하다. 이사 준비 하다가 결국 몸살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하다가 어차피 그렇다고 쉬지도 않을 테니 그냥 걱정은 버리고 되는 데까지 밀어붙이자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몸도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역시 몸은 마음이 지배하는가.


어제 새벽에 올린 당근 매물 다섯 개 중 네 개가 새 주인에게 떠났다. 내가 가져갈 게 아니니 그냥 버려도 되는데 너무 멀쩡해서 괜히 아까운 제품들이었다. 새벽에 올려두고 아침에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 시간에 깨어있는 분들이 많은지 나눔 세 개는 올리자마자 연락이 와서 놀랐다. 모두 기쁘게 데려가셔서 나도 기뻤다. 당근은 사랑이다.


내일은 아빠도 오고 출장 떠난 서방구도 온다. 입주 청소 때문에 내일도 새집에 다녀와야 한다. 할 일이 아직 더 남아있다. 그래도 엄마아빠가 있으니 걱정 없다. 이제 나 자신과 약속했던 일기 매일 쓰기 1년이 끝났다. 끝나면 바로 안 쓰고 싶을 줄 알았는데, 블로그가 추천해 주는 1년 전 게시글이 일기가 된 걸 보고 세월을 계속 기록하고 싶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참 많은 게 달라졌다. 그리고 정확히 뭐가 달라졌는지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니. 색다른 경험 아닌가. 당분간은 더 쓸 것 같다. 아무튼 힘내자! 아자아자 아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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