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치킨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닌 걸까? 아니면 그동안 우리가 너무 저렴하게 먹은 걸까? 그렇다 해도 치킨 값이 너무 갑자기 오른 느낌이다. 심지어 맛이나 품질은 그대로인데 가격만 오른 것 같아 망설일 때가 있다.
이 부담의 원인을 자영업자들에게 돌리려는 건 아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전부터 봐오던 유통 업체들에게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치킨값만 올랐다면 자영업자들의 문제일 수 있지만, 가끔 사던 닭정육의 가격도 같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더욱 확신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닭고기 공급을 담당하는 16개 주요 업체(하림, 올품, 마니커, 사조원 등)에서 2005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7월 27일까지 무려 12년에 걸쳐 육계시장의 가격을 담합해 온 것이 드러난 사태로, 적발된 횟수만으로 45차례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한국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닭고기를 공급하면서도 신선육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판매가 제한, 계란 및 병아리 폐기, 신선육 냉동 비축 등 수많은 수법을 동원하여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저해하였으며, 주요 업체가 참여하는 한국육계협회 또한 협회 차원에서 이를 주도한 것이 밝혀졌다.
- 출처 : 나무 위키 -
치킨을 너무 좋아하는 난 이 뉴스를 보고 괘씸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뉴스를 봐왔고, 멈추지 않는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이콧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치킨 배달과 멀어진 계기가 있는데..
온라인 쇼핑을 하던 중 우연히 대형마트 치킨도 배달이 된다는 걸 알았다. 그 가격은 놀라웠다. 사진에 보이는 저 두 마리 치킨의 가격은 13,000-14,000원 정도.
배달비 3천 원을 더해도 2만 원이 안 되는 가격. 물론 단점은 있다. 조리 후에 바로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가운 상태로 배달된다는 점. 그걸 제외하면 다 좋았다. 맛도 가격도 일반 배달치킨에 비해서도 평균 이상.
'배달 어플에 두 마리 치킨 시키면 2만 3천 원... 대형마트에 주문하면 7-8천 원을 아낄 수 있으니까.. 하루만 참아볼까?' 머릿속에 이런 회로가 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루를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가격뿐만은 아니다. 닭 신선도의 기복이 적고, 기름의 신선도도 좋다는 점. 한 마디로 깔끔한 닭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 배달 주문할 때 '뽑기 운이 나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할 때가 있는데, 더는 그럴 걱정이 없다.
이 후로 배달치킨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커졌다. 어느 날 갑자기 치킨을 먹고 싶어도, 심지어 장바구니에 치킨을 담은 후에도 주문을 취소한 적이 많다.
배달치킨을 주문하지 않으면 유통사들보다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더 클지 모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지가 없다면, 선의의 경쟁을 부추기는 방향의 선택이 없다면, 이 악순환은 더 바꿀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