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해외여행
설렘이 전만큼은 아니지만 해외로 간다는 게 도무지 실감 나지 않습니다. 3년 만이니 그럴 만도...
오랜만에 여권을 꺼내 도장을 세보니 벌써 19번째 일본 여행입니다. 사이사이 홍콩, 마카오, 러시아도 찍혀있지만, 다시 또 편한 곳을 선택합니다.
귀찮았지만 무서워서 바꾸지 않았던 게 있습니다. 바로 포켓 Wi-fi입니다. 유심도 아니고 포켓... 내 손에 쥐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피곤한 인간이었는지 몰라도, 이제 이런 것도 귀찮아지고 있습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힘들고, 충전하는 건 더 힘듭니다. '이제 그만 졸업할 때가 됐다'싶어 eSim이라는 걸 써보려 합니다. (늙어서 그런 거라고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
3년 만에 가는 여행이니 무리하고 싶습니다. 물론 내년에 또 가면 되지만, 이 시국이라 그런지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갈수 있을지?', '혹시 또 큰일이 생길지?' 왜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지..
그래서 2주 여행을 예약해놓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버리고 오사카에 일주일 더 머무르려 합니다. (이게 다 전염병 탓이라고 정신승리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합니다.)
물론 가보지 않은 여행지였다면 혼자가 더 편할 겁니다. 하지만 꽤 가본 곳이니 이제 혼자보다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메라를 들고 미친x처럼 쏘다니던 시절이 지났기 때문인지, 외로움 게이지가 너무 찬 이유인지는 모릅니다. 어쨌든 '누군가와 함께하면 즐거움을 두 배로 나눌 수 있다'라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일본에 대한 판타지, 특히 일본인에 대한 판타지도 많이 깨졌습니다. 혼네 다테마에, 뒷담화 같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친절함 속에 보이지 않던 차가움도 많이 느낀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제가 접한 사람들이 주로 한류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 사람들의 판타지로 인해 제 판타지가 깨지는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