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은주 Jul 02. 2021

0회차: 왜 강릉인가

일상이라는 관성에서 벗어나기


왜 강릉이야?


많이들 가는 '제주'가 아닌 강릉에서 한 달을 살아보겠다고 택한 내게 많은 이들이 물었다. 


...맛있는 맥주 브루어리가 있어서? 


농담 같지만 진지했다. 강릉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모여 있었다. 맥주, 커피, 바다, 책. 


작년 코로나 시국에 발이 묶이게 되며 국내 여행을 여러 번 했다. 그중 두 번이나 강릉에 왔다. 이곳의 편안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좋아 여기 살려면 얼마나 들까 하고 강릉 아파트 시세를 검색해보기도 했다(최근에는 강릉이나 속초에 세컨하우스를 갖거나 한달살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아파트 시세도 많이 올랐다. 준공년도나 평수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지만 1억 후반에서 3억 사이인 것 같다. 그래도 서울 아파트에 비하면 '영혼'까지는 끌어모으지 않아도 될지도). 


퇴사가 결정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도 강릉 한달살기 숙소를 알아보는 거였다. #퇴사하고세계일주 가 무슨 유행처럼 퍼지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퇴사하고유튜브 나 #퇴사하고한달살기 가 대세인 것 같다. 나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모두가 같은 것도 이상한 일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일터를 떠나고,  저마다의 이유로 삶터마저 잠시 떠난다. 




10년 동안 일개미처럼 일한 내게, 휴식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 회사에서의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스트레스에도 만성이 되어 늘 몸이 경직돼 있었다. 마사지를 받거나 요가를 해도 그때뿐이었다. 고관절에 석회염이 생겨 걸을 때마다 통증이 생겼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백내장 증상이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었다. 조심하고 치료를 받으면 나아지겠지만, 회사에서 9시간이나 매일 시달리며 회복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웠다. 나의 몸과 마음에 오롯이 집중하며 돌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면 되도록 집이 위치한 서울에서, 혹은 회사가 있는 파주에서 먼 곳으로 가야 했다. 내가 살아온 관성에서 잠시 벗어나려면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하루를 보내선 안 됐다. 그리고 혼자여야만 했다. 


결혼 3년차라 그런지, 혹은 아이 없이 반려인과 둘만 사는 집이라 그런지 강릉에서 한달살기를 한다고 했더니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남편은?"이라는 질문을 했다. 아마 아이가 있었다면 "남편은?"이라는 질문 대신 "아이는?"이라고 물어봤겠지. 


나의 일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려인과도 아쉽지만 잠시 떨어져 지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덕에 결혼 전까지 혼자 살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밤새 혼자 자본 적도 거의 없었다. 반려인과 같이 지내니 서로 단점을 보완(?)해줘 나의 단점이나 성격적 결함을 고스란히 마주할 일도 적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상황에 맞닥뜨린 나는 어떨까? 


고작 한 달로 회복과 마주함 두 가지 과제를 다 해결할 순 없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렇게, 강릉에 가기로 결정했다. 

이제 숙소를 정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한 달이라는 긴 기간을 머무는 또다른 '집'을 어디로 정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