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하는 당돌한 철탑을 바라보았것만 기내식 외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우리는 우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에펠탑 근처 거리를 돌아보니 수많은 예쁜 테이블들이 놓여있는 식당들이 우수수 깔려있었고, 메뉴판을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도 있었다. 우리 성격에 호객행위를 질색하는 사람들이라 그런 집들은 모두 걸렀는데, 알고보니 찐 맛집들은 호객행위 안하고 보드판에 수기로 '이번달의 요리' 로 갱신하는 집이 찐맛집이라더라.
거진 1시간 동안 동네를 한바뀌 돌며 구글지도 평점을 보고 돌다 푸념하고 마지막으로 지나가던 집이 보였다.
De la Tour (드 라 뚜)라 발음하는, 여행이라는 식당이었는데 평점도 높고 애초에 한국인 커플로 보이는 한 테이블 외에 외국인 손님들이 꽉 차 있었다.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봉쥬~로 인사드렸건만 그 뒤로 우리는 어설픈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며, 메뉴판을 한참이고 탐독...하며 스타터-메인-디저트 코스를 선택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낮선 외국인들을 상대로 꿋꿋이 인내하고 기다려준 아주머니께 심심한 감사의 말을 드리며.
치안 문제 겸 테러 방지를 위해 에펠 탑 입장 시 X선 검사로 소지품 검사를 하고 들어갔다.
맨 꼭대기 층은 이미 마감되었고 중간인 2층은 계단 혹은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중간 층 까지 계단은 11.8유로, 승강기는 18.8유로였다.
짧은 신혼여행자인 우리에게 시간과 무릎건강은 금이랴... 승강기 티켓을 구매했다.
계단 그까짓 거 얼마나 돼겠어? 했지만 승강기가 올라가는 동안 수많은 지그재그 계단 행렬을 보고 나서는,
무릎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승강기 타십시오...
에펠탑 바로 앞 다리. 수많은 사람들이 중앙선 한가운데에 서서 사진을 찍곤했다.
아무리 관광객이라지만 도로 한가운데를 점유하는 건 아니지...
개선문으로 향한 발걸음
파리 시가지는 골목골목 건축물들 자체가 예술이었다. 이 층 높이의 거대한 대문과 반지하층과 일층, 3-4층까지만 규칙적으로 들어간 아파트들을 보고있으면 다음 건물은 어떤 디자인일까, 마음을 설레게 된다. 불규칙적인 도로 모양에 따라 세모꼴로, 네모꼴로 이어진 건물들 앞에는 차량들이 칼같이 주차되어 있었다.
도로 바닥은 모두 벽돌 같은 타일로 마감되어 있었고 차량들은 그냥 일상인 듯 보행자들을 피해가며 다녔다.
1차대전에 참전했던 미군 용사들을 위한 기념비.
끔찍한 전쟁에 죽어나갔던 수많은 젊은이들을 기리며.
참전용사의 꺼지지 않는 불꽃, 에투알 개선문
프랑스의 에투알 개선문. 나폴레옹 전쟁 당시 나폴레옹의 승전과 희생된 군인들을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정작 보나파르트는 완공을 보지 못하고 워털루 전투로 패전해서 섬에 유배되고, 죽어서 관에 실린 뒤에야 개선문 아래를 행진할 수 있었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보불전쟁)의 패전으로 프로이센군이, 2차대전 초 히틀러의 군대가 개선문을 행진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파리 수복 당시 드 골의 개선문 행진이 유명하다.
정작 프랑스인보다 잠재적 적국이었던 도이치군의 승전 행진이 많았던 게 아이러니지만, 지금은 두 번의 세계대전의 참전한 용사들을 기리는 기념비로 쓰인다고. 우리는 아쉽게 입장하지 못해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입장했다면 전몰자들에게 묵념을 시간을 가졌을 터이.
얼어붙은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앞으로 쭉 뻗은 샹젤리제 거리는 겨울을 맞아 나뭇잎 하나 없이 황량한 나뭇가지들이 줄 서 있었다.
그럼에도 평소에 가지치기를 칼같이 해 놓은 흔적이 남은 듯 가로수의 가지들은 마치 네모난 메로나 아이스크림마냥 칼같이 쳐져 있었다.
사실 이런 인위적으로 가지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네모난 메로나들이 서있는 샹젤리제 거리를 보았더라면 위화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중간중간 명품관과 상점들을 들렀는데, 까르띠에와 판도라, 아디다스 매장도 구경해보고... 판도라는 한국의 고오오급 이미지와 달리 저가형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물건너 한국 들어오면 프리미엄 붙는다는 그걸까?
예물도 못하고 결혼한 우리는 원체 명품에 욕심이 없는 건지, 난해한 디자인과 엄청난 가격에 나가 떨어졌다.
개찰구를 점프할 '자유'
영하 1도의 파리 날씨에 옷을 생각보다 얇게 입어서 너무 추운 나머지 나는 온 몸이 뒤틀리듯 추웠고 어깨가 움츠러들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결국 우리는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며 교통표를 구하기로 했다.
원래는 나비고 패스(데쿠베르트)를 개통할 염두에 두고 증명사진까지 들고 왔건만, 그냥 1회용 편도 티켓을 사기로 했다.
가까운 지하철(Metropolitan)의 티켓머신 앞에서 뭘 어떻게 사야하는지 10여분 간 고민하던 와중에.
"덜컹"
무슨 소린가 해서 고갤 돌려보니 후드를 쓴 누군가가 능숙하게 개찰구를 뛰어넘어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우리 둘은 한참동안 멍 때리고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정녕 개찰구를 넘어 무임승차를 할, 프랑스의 자유의 정신인가...
어찌저찌 표를 구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는 데 쓸 1회 티켓을 구매했다.
1장 당 2.15유로. 우리 돈으로 3천원 즘 했다.
10장 벌크로 사면 더 저렴했지만 우린 파리에 3일밖에 있지 않으므로... 라 생각했지만 10장 살 껄 그랬다.
버스에 올라타고 드디어 얼어붙은 몸을 녹이나 싶었는데 갑자기 명찰을 단 두 남녀가 타더니 휴대용 단말기로 표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불시 검표원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티켓들을 찍어보곤 다시 다른 승객들을 검사했다.
파리의 교통편은 하차 태그가 없어 승차 시간으로부터 74분 이내 환승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마 승차 시간을 이용해서 검표를 하는 것 같았다.
머나먼 이국에서의 한국, 케이 마트
허리가 너무 아파서 숙소 주변을 돌아보니 재한 동포가 운영하는 것 같은 마트가 있었다.
이름하야 케이-마트. 재외한국인 선거 독려 캠페인이 붙어있는 걸 보니 영락없는 한국인들을 위한 아지트다.
파스를 샀는데 5매에 6유로, 9천원 즘 했던 것 같다. 애초에 바다건너 오면서 물가가 뻥튀기 되긴 하겠지만 좀 많이 무서운 가격. 덕분에 숙소에서 허리에 붙이고 뒹굴거리니 허리아픈 게 좀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