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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상민 Jun 18. 2024

<인사이드 아웃 2> 단평. : 깔끔한 밋밋함

픽사가 2010년대 이후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 중에서는 처음으로 속편이 등장했습니다. 2015년에 개봉했던 <인사이드 아웃>을 약 10년 만에 신작을 내게 된 것이죠. 전작을 연출했던 피트 닥터는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옮기는 대신, 새롭게 연출과 각본을 맡게 된 사람은 이전에는 카툰네트워크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2013년부터는 <몬스터 대학교>를 시작으로 픽사로 이직해 스토리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켈시 만입니다.


주로 스토리 관련 구성 업무를 맡던 사람이 연출을 맡아서 그런지, 아니면 이미 10여 년 전 전세계적으로 큰 센세이션을 낳은 작품의 후속작이어서 그런지 어떤 식으로 바라보든 이번 신작의 플롯은 참으로 안정적입니다. 전작이 기쁨 이외에도 슬픔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들을 서서히 인식하던 라일리과 라일리 속 감정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감정이 분화되기 시작합니다. 전작에서는 ‘기쁨이’가 ‘슬픔이’의 등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끝내 이해를 하는 여정이라면, 이번 작품에서는 라일리의 ‘사춘기’를 맞아 더욱 새롭게 등장하는 감정들을 마주해야 합니다. 감정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와중에서 라일리의 감정들은 물론 라일리 역시도 혼란을 맞이하고, 라일리의 감정들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하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때론 싸우기도 하고 잘못된 결정을 하기도 하고, 그래도 결국은 성장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1편의 플롯을 큰 변주 없이 거의 따라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선택지는 2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순간들하고도 연결됩니다. 1편에 등장한 기쁨-슬픔-분노-싫음-소심에 이어 불안-질투-지루함(또는 불편한 상황에 대한 회피)-당황(수치심)-회고의 감각은 오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복잡한 감정들을 좀 더 상세하게 캐릭터화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라일리가 2편에서 고등학교 진학을 마주하면서 경험하는 사건들 역시 1편에서 드러나는 사건들처럼, 실제 (미국의) 청소년이라면 겪을 수 있는 모습들이죠. 너무나도 절친했던 기존의 또래집단과 헤어지고 새로운 또래집단과 만나게 되고. 새롭게 진학할 학교의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이 때문에 마음은 더욱 무거워져만 갑니다. 이러한 중대한 사건들에서 기존의 감정이든,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하다 새롭게 등장한 감정이든 일종의 모험을 겪을 수 밖에는 없습니다.



아직 사춘기를 본격적으로 경험하기 전의 상황에서, 사춘기를 맞이하며 심화되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분명 어린이-청소년 관객에게는 물론, 10년 전에 이 작품을 보았을 성인 관객층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새롭게 마주하게 될 공간에 대한 적응과 그에 대한 불안함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직장 등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1편의 전개를 거의 그대로 가져가며 전개하는 시도는 전작에서 이미 성공한 플롯 전개인 만큼 큰 부담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2편이 마주하는 큰 단점입니다. 상황 자체는 좀 더 심화되었지만, 결국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정말 전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작에서 감정 캐릭터가 겪는 좌충우돌한 혼란과 모험, 다시 그와 연관된 라일리의 요동치는 일상, 그리고 최종적인 수습의 과정은 물론 각각의 플롯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전편과 비슷하다 못해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그러다보니 분명 이번 작품 역시 어린이-청소년의 감정에 대해 쉽게 다그치지 말고, 실수를 하더라도 최대한 이해하면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상기할 여지가 있어도 비슷한 층위의 이야기를 다시 비슷하게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물론 속편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보니 이해는 합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이미 작품 그 자체로 충분히 완결성을 가진 작품이었으니까요. 여기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새롭게 관객들이 들 수 잇도록 플롯이 고조되는 요소를 넣어야 하면서도, 다시 전작의 성공 요소를 따르기도 쉽게 됩니다.


새롭다 못해 정말 당황스러운 느낌의 후속편으로 등장했던 <카 2> 보다는 나은 구석이 있어도, <인사이드 아웃>보다 더 긴 공백을 거쳐 후속편이 등장했던 <도리를 찾아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하면 <니모를 찾아서>도 이미 충분히 그 자체로 완결성이 강한 작품이었죠,) 픽사의 모든 후속 작품이 <토이 스토리 2>나 <토이 스토리 3>처럼 더욱 성숙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성숙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좀 더 과감한 각색을 시도해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는 큰 무리 없이, 이미 성공한 전작의 플롯 구성을 다시 따르는 것이 안정적인 흥행을 위한 선택으로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을 비롯한 작품이 개봉 중인 전세계 각국의 박스오피스에서는 이미 그 선택이 상업적인 차원에선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픽사의 모회사인 디즈니 메인 스튜디오의 작품이 개봉전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옳아 보여도, 심지어는 사회의 다양성을 챙기기 위한 시도에서는 분명 고심한 것이 있어도, 결국 전체 스토리에서는 진부한 지점까지도 답습하며 반복한 결과 마치 2000년대의 디즈니가 연상될 정도로 흥행까지도 미묘해지는 모습을 생각하면 <인사이드 아웃 2>의 선택은 분명 깔끔하기야 하지만, 동시에 밋밋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어떤 의미로는 대형 스튜디오가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딜레마에 픽사도 자유롭지는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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