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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Sep 21. 2016

우리가 멘토?

'인생의 제 2막'을 펼치다

숭어잡이를 끝으로 한 두 달은 겨울잠 자듯이... 1~2월은 우리에게 '휴가'였다. 잠시 미뤄뒀던 휴식을 취하거나 다음 해 어장 준비를 하고... 한동안 뜸했던 서울 나들이도 가서 맛난 것도 먹으러 다녔다. 이 정도면 그래도 자유인 아니겠나 싶다.


우리 부부는 한 해 동안 어장을 한 데이터를 작성해 가고 있다. 이제 시간 내서 한번 훑어만 봐도 계획 세우기는 '식은 죽 먹기'. 어떤 일이든 꼼꼼히 자료를 만들어 놓으면 미래의 실수, 즉 경제적·시간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우린 그런 부분에서 어장 6년 만에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연소득의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어업활동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를 바라보던 많은 분들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그 사이 남편은 어민 후계자로 선정이 되어 정부 지원금 5천 만원도 받게 되었다. 


한 3년 전쯤인가... 군청 수산과나 기술센터 같은 곳에서 우리를 인정해 주기 시작했고, 우리는 귀어 새내기들의 멘토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 일로 더 바빠졌지만 더욱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부안에서 인연을 맺은 새내기들은 현재 우리와 같은 항구를 쓰며 어장을 하고 있다.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암담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정말 돈이 되는지', '먹고살 수는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원하는 눈빛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은 본인 스스로 밖에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스스로 알 것이다. 


부지런함과 성실함, 그리고 이웃의 신뢰...


귀어, 귀촌 새내기들이 집중해야 하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부안에 내려온 새내기들의 상담이 잦아지면서 우리 또한 배우는 게 많아졌다. 보람이 있을 때도 있지만, 솔직히 한심스러울 때도 있다. 열정에 치우쳐 너무 많은 시간들을 허투루 보내는 경우도 자주 보았다. 귀어, 귀촌을 꿈꾸는 서울 사람들을 상대로 강의도 하면서 나태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어떤 이들은 너무 많은 분석을 하려고 든다. 재밌는 것은 너무 무턱대고 덤벼드는 것 또한 새로운 변화로의 길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명하고 확고한 자기만의 고집이 있어야 한다. 이 일은 "인생의 제 2막"이라는 거대한 일을 펼치는 일인데 쉽게 결정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귀어 생활 만 6년이 된 우리도 아직 바다를  다 안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운전을 배워 차를 몇 년 끌고 다녀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2~3년 운전하고 다녔을 때가 제일 위험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은 그 후로도 자주 생길 때와 같은 이치다. 많은 실수를 해본 우리는 새내기들에게 부탁을 한다. 다 아는 것 같지만 그 시간을 보내본 우리로써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하나같이 시간이라는 투자는 하지 않고 의기양양 우리를 배제한 채 나름 홀로서기를 강행했다. 우리가 볼 땐 위험천만하고 경제적인 손실이나 시간 버리기는 그렇게 진행되어갔다.


어느 순간이 되면 아는 척도 안 하던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새내기들에게 책임도 못질 정보들을 쏟아 준다.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쓸데없는 정보들이다. 우리 부부도 당해본 상황이라 애써 미리 알려주지만 그들은 하찮은 것 같은 이 말들을 무시한다. 처음에는 자책도 해보았다. 

"혹시 멘토로써 믿음을 주지 못한 건 아닐까?" 

더욱이 새내기들을 도와주고 싶어 했던 남편의 상실감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가슴이 많이 아팠다. 


새내기들의 멘토 역할에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했을 즈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만약에 우리가 저 입장이라면? 대화를 나눠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면..."


상담을 하고 나면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가슴이 후련하다고.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걱정이 많은 얼굴로 왔다가 희망이라는 씨앗을 찾은 그들의 표정을 만날 때의 뿌듯함과 보람이 우리를 또다시 다져줬다. 새내기들의 첫발은 이곳저곳의 군 행정이나 인터넷 등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거의가 현장에서의 일이라던지, 현실적인 건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진실로 사람을 대할 수 있다면 귀어, 귀촌의 성공적인 발판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말해준다. 너무 겁을 먹진 않았음 한다. 


요즘 귀농, 귀어에 대한 관심은 정말 높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귀어, 귀촌 박람회에 상담사로 참가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또 성공사례라면서 인터뷰도 하고 신문 한 면을 다 채워 경제란에 실리기도 했지만 정작 우리는 성공사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의아하다. 


늘 그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 해나가는 것 밖에 없었는데 남들이 볼 땐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게 보이나 보다. 그렇다. 성공은 어느 날 찾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어떤 새로운 변화를 갖고 싶다면 꾸준히,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성공을 향해 가는 과정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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