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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마인드셋] 2. 생각의 생산성 향상

by 싸이링크

나는 책, 기사,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으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실행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적다. 실행하기 전에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로 관심이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전에도 비슷한 책을 읽고 비슷한 아이디어를 떠 올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과물 없는 인풋의 무한 반복이라니. 허튼 짓을 할 때가 아닌데... 성취한 사람들을 보면 정보 수집보다는 사고와 실행에 에너지를 쏟는다. 나는 왜 쓰지도 않을 정보를 쌓고만 있는 걸까? 이 비효율적인 구조가 내 발전을 지연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지식관리 툴인 옵시디언을 사용하고 있다. 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생산성이 마음에 걸리던 차에, 그래프뷰를 통해 정보-생각-실행의 비중과 양상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지식&정보 폴더의 노트는 빨강, 생각 폴더의 노트는 파랑, 실행 폴더의 노트는 연두로 구분하였다. 아래 왼쪽 이미지는 정보, 생각, 실행 폴더의 노트만 표시한 것이다. 실행 노트 수 적은 것 좀 봐! 노트들 간의 연결을 적극 사용하지 않아서, 연결선도 드물다. 아래 오른쪽 이미지는 정보와 생각을 연결하는 장치인 보라색 점들을 추가한 것이다. 여전히 엉성하긴 하지만, 그래도 고아(연결선이 없는 노드)인 점들이 줄었다!


옵시디언_그냥.png
옵시디언_데일리.png


보라색 점들은 내가 '아이디어 셔플'이라고 이름 붙인 강제결합 장치인데, 옵시디언의 플러그인인 Templator 에서 바이브 코딩으로 구현하였다. 우선, 내 옵시디언 폴더의 분류체계는 이렇다.

000 목록

100 지식&정보

200 생각

300 실행

800 데일리노트

900 setting

Templator 는 '800 데일리노트'의 하위 폴더인 daily idea에 적용된다. 이 폴더에서 새 노트를 생성하면, '100 지식&정보' 폴더에서 노트 2개, '200 생각' 폴더에서 노트 2개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제목과 링크를 뿌려준다. 그러면 나는 그 강제결합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daily idea의 예를 들어 보겠다. '100 지식&정보' 폴더의 노트는 '오늘의 지식' 콜아웃(색깔 있는 박스)에, '200 생각' 폴더의 노트는 '오늘의 생각' 콜아웃에 아래와 같은 형태로 제시된다. 이 날은 '경험의 함정'이라는 책의 전반부가 지식으로, 주식 매매할 때 고려 요인들을 적어 놓은 것이 생각으로 제시되었다(주식도 정보만 잔뜩 모으고, 매매는 지극히 소심하게 해서 지금은 안 하고 있다). 이 조합으로부터 나는 주식 매매할 때의 생각에서 (경험의 함정의 핵심 주장인) 무시할 것, 놓친 것을 정리하고 분석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조합이 제시됐을 때는 너무 당연한 아이디어지만, 이 전에는 이런 프레임으로 정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아이디어셔플_미.png


이질적인 것을 연결하는 사고는 창의성의 비결로 손꼽혀왔다. 싱크어게인(애덤 그랜트 저, 한국경제신문, 2021)에서는 논쟁에서 이기고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결 중 하나로 공통점 찾기를 든다. 전쟁, 토론, 춤 같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 전쟁-토론-춤의 공통점 :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늘 일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 나중에 후회하기 쉽다
2. 전쟁-토론의 공통점 : 의견불일치에서 시작된다, '유엔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이유에 대한 전략을 밤늦도록 짜게 만든다
3. 전쟁-춤의 공통점 :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게 도움이 된다, 균형을 잘 잡지 않으면 어렵다, 영화 장르이다
4. 토론-춤의 공통점 : 공통점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 때로는 상대방이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 보통 아무도 죽지 않는다

아이디어 셔플과 같은 강제 결합 역시 두 개념간의 공통점을 연결고리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 아직은 전쟁 - 토론 - 춤처럼 언뜻 공통점을 떠올리기 어려운 조합은 없었다.


듀얼 브레인(이선 몰릭, 상상스퀘어, 2025)에서는 AI가 개념의 재조합이나 낯선 연결에 능해서, 창의적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환각이 '오류'로 치부되고 있지만, 학습 데이터의 엄격한 맥락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연결을 찾는다는 점에서 환각은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잡 생성기 gpts에게 아이디어 셔플에서 제시한 노트들을 주고, 나의 특성을 반영해서 창직을 위해 해 볼만한 것 5가지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웃풋 형식을 지정하지 않았더니 항목 간 일관성이 없다).


내 아이디어와 AI 아이디어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내 아이디어는 노트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중심으로 전개된 반면, AI는 감정, 가정, Failcon, Anti-Portfolio 같은 주변적 요소들을 활용했다. 관련이 있으려나...? 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스몰토크를 잘 못한다.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핵심 메시지에만 집중하지 말고, 주변적 디테일과 사례들도 함께 주목하면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겠군!

아이디어셔플_ai.png


50대의 블랙스완 마인드를 위해 낯선 정보와 경험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이미 가진 자산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과정에서 AI의 역할은 크다. 아이디어 셔플은 그저 하나의 작은 사례일 뿐, AI를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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