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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0대란?

by 싸이링크

나이를 답해야 할 때면 계산이 잘 안된다. 50이 되기 전에는 33살, 45살 이런식으로 정확한 숫자를 바로 말할 수 있었다. 50대에 들어서고 부터는 끝자리는 떠오르지 않고 50대 중반이던가?하는 식으로 두루뭉실한 표현만이 떠오를 뿐이다. 낯설고 그닥 좋지 않은 느낌의 숫자여서 그런가보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다.

어떤 50대분이 쓰신 글을 봤는데,
본인의 마음은 아직도 철 없는 20대 초반 시절에 머물러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대해주지 않아서 50대를 연기하며 살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아직 그 나이대는 아니지만 뭔가 공감이 가는 이야기더라고요.. 다들 그런 식으로 나이 먹는 걸까요?

[답글1] 불혹 지났지만 아직 20대처럼 엄청 혹하며 삽니다 ㅋㅋㅋ
[답글2] 불쑥불쑥 혹한다 - 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답글3] 저도 불혹 지났지만 신분증과 신체 말고 나머지는 다 20대입니다 ㅋㅋ
20대 대학생 시절의 나하고 지금의 나하고 전혀 다를 것도 없고...
예전엔 나이가 들면 좀 현명해지려나 했는데 개뿔. 똑같습니다.
[답글4] 50대입니다만, 마음은 13살입니다.
[답글5] 몸은 확실히 늙어가는게 체감되구요.
마음은 웃긴게 내가 철이 들었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어린애들을 보면 철이 없습니다
[답글6] 설마요. 마음만은 그러고 싶지만 현실이 엄혹합니다.ㅎㅎ
저나 친구들 머리는 허옇던가 없던가...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보면 깜짝 깜짝 놀라고 그럽니다. 왠 시커멓고 다 늙은 아저씨가 서 있어서... 병원 같은데 가면 아버님~ 하는 호칭에 확 깨구요.ㅜ,.ㅡ
[답글7] 약봉투에 써있는 제 나이를 볼때마다 깜짝 놀랍니다…ㅎㅎ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848057

다행이다. 나만 내 나이가 낯설은 건 아니구나!


50대가 되기 전에 내가 기대했던 50대의 모습은 이랬다.

- 경제적으로나 일적으로 더 이상 그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 수준에 도달한다

-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50대인 지금의 내 모습은 경제적으로 노후준비는 커녕 당장 올해를 커버하기도 버겁다. 도대체 뭘 해먹고 살아야하지?라는 걱정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유독 삶에 서투른 탓에, 나만 그런거겠지 하는 생각에 꽤 오랜 기간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작년부터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50대의 불안정이 나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나타난 50대의(가구주 기준) 일면을 보면, 50대는 96%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은퇴란 모든 수입 있는 직업에서 벗어난 상태이고, 현재는 일이 없더라도 조만간 일 할 예정이라면 모두 비은퇴에 해당한다. 50대 비은퇴자의 노후 준비도를 보면, 약 10% 정도만이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고 49%가 잘 되어 있지 않다. 다른 연령층도 상황은 비슷하다. 은퇴한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40대는 워낙 숫자가 적어서(23명) 뭐라 말하기 어렵고, 50대도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167명) 무려 73%가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한다.

자료 :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가구주 기준), 저자 재구성
자료 :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가구주 기준), 저자 재구성
자료 :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가구주 기준), 저자 재구성

50대에 심리적, 경제적, 일적으로 불안정한 것이 아주 극단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공자는 50살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하늘의 뜻을 알고 인생의 방향성을 깨닫는 나이라는 뜻이다. 바람직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표현이라, 여러 AI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았다.

공자는 50살을 지천명이라고 했어. 공자가 살았던 시대와 현재의 시대적 차이를 감안해서, 다음을 재해석해줘.
1. 공자가 말하는 50살이 현재로는 몇 살쯤인지와 그 이유
2. 지금의 50살은 공자 시대로는 몇 살쯤인지와 그 이유
3. 지금의 50살을 공자식으로 부른다면 뭐라 할지와 그 이유

1. 각 시대의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공자시대의 50세는 지금의 65세에서 70세 정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아우, 다행이다. 지천명까지 10-15년이나 남았네. 그 안에는 가능하겠지.

2. 사회적인 역할을 고려할 때, 지금의 50살은 공자시대의 35-40세 정도라고 한다. 음? 내 심리적 나이가 딱 그 정도인데!

3. 표현은 다르지만 의미는 공통점이 있는 답변들이 나왔다.

- 지이립(知而立) : 이미 독립적 기반(而立)을 넘어선 후, 진정한 자신과 세상을 깊이 이해한 뒤 다시금 삶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

- 창신(創新): '새롭게 만들고 시작한다'는 의미로, 현대 50대가 가진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기존의 삶에 창의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

- 재도약(五十而再跳躍) : 이미 일정 수준의 성취를 이룬 후, 다시 한번 새로운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는 의미. 직장에서의 변화, 새로운 사업 시작, 개인적인 성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

- 지변통(知變通) :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시기


나는 50대는 완성형에 가까운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다보니 50대인데 또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고 뭘 또 배워야하는 상황이 되면, 뒤쳐진 것 같아 기운 빠지곤했다.


이에 비해, AI들은 '변화', '새로움'을 키워드로 삼은 점이 흥미롭다. 어? 그래? 내가 유독 적응력이 약해서 아직까지도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AI가 판단할 때도 50대는 새로 뭔가를 하는 게 당연한 시기란 말이지?


나의 강점과 경험, 일과 직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삶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작업을 찬찬히 해 보려 한다. 이 과정에 요즘 변화의 핵심인 AI도 조금씩 활용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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