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
나도 교복을 입고 싶었다. 새 옷을 맞추러 양장점에 갈 때면, 그건 상점에서 옷을 사는 것보다 맞춤옷을 입는 게 더 일반적이었던 1970년대 인도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일이었는데, 그때마다 나도 교복을 맞춰달라고 종종 떼를 썼다. 쓸데없는 갈망이었다. 그런 옷은 내게 필요 없었으니까. 미국에서 나는 공립학교에 다녔고 각자 입고 싶은 대로 입었다.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 이 자유가 싫었다. 어렸을 때부터 입은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사실이 내겐 고통이었다. 내 이름, 내 가족, 내 외모가 이미 특별하다는 걸 의식했기에 나머지 면에서는 남들과 비슷하고 싶었다. 남들과 똑같기를, 아니 눈에 띄지 않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스타일을 선택해야 했고 규칙에서 벗어난 특별한 스타일 때문에 내가 옷을 못 입는다고 느꼈다. 학교 친구들 몇 명이 다소 특이한 내 옷을 보며 놀려댔기 때문에 특히 더 그랬다. 친구들이 말하곤 했다. 친구들은 웃었다. 수년 동안 나는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모욕감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친구들은 날 놀렸고 속으로 내 부모님까지 조롱했다. 우리 가족은 외국인이고 근검절약해야 했으므로 유행이나 사람들이 옷을 입는 습관에 신경 쓰지 않았다. 보통 1년이 지나면 옷이 맞질 않아서 계절이 바뀌는 세일 기간에 새 옷을 구입하거나 중고 옷을 샀다.
내게 옷은 늘 옷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인도를 떠나온지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향 인도의 전통 의상만 입는 엄마는 내 미국 식 옷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옷장 한 켠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 옷들은 천이 달랐고 화려했다.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옷감이라 색깔이 너무 진했다. 사실 내 평상복들보다 우아하긴 했으나 불만스러웠다. 그 옷들은 아주 먼 곳에서 왔다는 걸 보여줬다. 옷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난 그 옷이 몹시 버거웠다. 나와 엄마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다툼, 오래 지속됐고 뚜렷함 결과가 없었던 이 싸움을 거치면서 나는 우리가 입는 옷이 언어나 음식처럼 정체성, 문화, 소속을 표현해준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입는 옷이 내가 어디 있든 날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걸 어려서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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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입은옷, 줌파라히리. 마음산책.
+ 의식주 그 중에서도 나는 옷을 입는다는 것에 대해서 가장 먼저 눈을 떴다. 나는 가난하지 않았지만 부유하지 않았고, 생김새나 이름이나 그 무엇 하나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와는 다른 이유로 그랬는지 모른다. 교복이 싫었고 내 마음에 드는 옷을 늘 입고 싶었다. 웨딩드레스도 내게는 일종의 교복 같은 옷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꽤 오랜 시간이 있었지만 나는 성심성의껏 그 날의 나를 위한 옷을 고르지 못했다. 드레스를 벗고 여행을 떠나는 날들의 옷에 대해서 더 오래 생각했다. 웨딩드레스는 교복과는 다른 의미의 옷이었다는 걸 결혼하고 난 다음에야 깨달아서 그것은 나에게 꽤 오랜 후회를 남기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늘 내가 입는 매일의 옷, 머리길이, 색깔, 지니는 가방 등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는 편이다. 그것이 세련되지 못한 방식이었을지라도 줄곧 나를 또래 친구들과 아주 조금 달라보이게 해주었고, 그것만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나는 책을 많이 읽었다. 어느 누구도 똑같이 입진 않지만 지금도 나는 또래 친구들이나 회사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옷을 입는다. 목이 깊게 파인 체크무늬 원피스 속에 짙은 감색 목폴라를 입고 오랜동안 좋아했던 깃이 둥글고 큰 단추가 달린 검은색 반코트를 입었다. 손에는 아주 작은 공단 누빔 가방을 들고, 책과 오랜만의 휴가 끝에 사온 작은 기념품을 담은 남색과 흰색이 교차한 스트라이프 북백을 들었다. 신발은 언제나 편한 게 최고라 올해, 아니 벌써 작년인가 장만한 둥근 앞코에 발을 조이지 않는 가죽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머리를 다시 짧게 잘랐다. 이런 것들이 내 몸 가까이에 있을 때, 이게 내가 좋아하는 나라는 작지만 확실한 소속감을 준다. 그녀의 첫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입은 옷과 먹은 음식에 대한 묘사가 참 좋았다. 섬세했지만 화려하기 보단 명료했고 꾸밈이 없이 정확해서 우아했다. 아마도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런 것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말하고 있는 삶과 사랑보다 그녀의 그 문장들에 매혹된 건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