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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곰 Apr 15. 2020

여름같은 마루에 앉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기억하는 것들

어느 시점에 어떤 사건들로 인연이 끊어지는 사람들이 있고 가끔 그 사람들을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 두번 엄마가 와주셔서 집을 깨끗하게 해주신 덕분에 말끔해진 마루에 앉아서 눈높이를 나란히 하는 책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대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지만 아직 다 읽지 못한 책들 중엔 사람이 보였다. 누가 추천한 책, 누가 다 읽었는데 좋았다며 주었던 책, 읽어봤는데 좋았다고 선물해준 책. 그런 것이 눈에 밟혀서 몇 사람 생각이 난다. 어느 시점에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짐짓 아쉬운 척하며 어떤 의미로는 홀가분하게 더는 안보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고, 잃고싶지 않은 사람이 있더라. 내가 뭘 잘못하진 않았는지 곱씹어보는 사람. 멀리 있어도 손을 뻗으면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과 몇 번이나 손을 흔들었지만 상대는 뒤돌아버렸다. 인연을 끊어내고자 하는 마음도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이제는 손을 꺼내들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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