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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라 Apr 23. 2022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다양한 시선이 만들어 내는 틈을 바라보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2021년 뜨거운 연극을 말해보라 한다면 이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세일즈맨의 죽음'을 잇는 일명 '미국적인 연극'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작품은 퓰리처상, 토니상 등 유수의 작품상을 석권한 극작가 토니 커쉬너 대표작으로, 한국 연극계의 떠오르는 연출가 신유청의 합류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특히 올가을 방송을 화제성과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역 정경호의 캐스팅 소식은 연극과 거리를 둔 대중들의 눈도장도 톡톡히 찍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파트 원과 파트 투를 합쳐 장장 8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을 자랑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앞서 국립극단 측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신유청 연출가는 이번 파트 원은 어떠한 일이 시작되는 전조를 보여주는 내용이며, 그렇게 던져진 사건들이 파트 투에서 수습되고 정리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점 때문에 파트 원의 공연 준비 당시 내년에 공연될 파트 투도 함께 읽어나가며 연습했다는 전언이다.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파트 원을 관람한 이후에 더욱 파트 투에서는 캐릭터들의 내면이 어떻게 그려지고, 창조주의 예언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이 커진다. 무엇보다 아침드라마의 마지막처럼 감질나게 끝을 맺는 파트 원을 마주하면, 불이 켜지는 객석은 아쉽고 당장이라도 파트 투를 보고 싶을 정도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반동성애적 분위기의 사회를 배경으로, 사회 속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생존해야만 했던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은유적 서사로 풀어냈다. 뉴욕에서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와 그의 동성 연인 루이스, 몰몬교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괴로워하는 남자 조와 약물에 중독된 그의 아내 하퍼, 극우 보수주의자이자 권력에 집착하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등 여러 인물들의 전하는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작품은 밀레니엄을 앞둔 인류에게 예언자를 통해 신이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인간의 이야기를 넘어 ,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든 존재하는, 존재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창조주에 대한 작품은 단순한 인간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나 겉으로 드러난 사회적 문제들을 넘어 내면의 죄의식, 양심, 도덕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긴 러닝타임 중간엔 자신의 신념이나 정신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도 불쑥 솟아난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무대 위에서 여러 이야기가 보이는 만큼, 초반에는 각각의 스토리를 따라가기 숨차다. 한국 사회에 낯선 몰몬교나 미국 사회가 등장하는 것도, 쉽게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다. 그러나 단조로운 무대 위에 원형으로 회전하는 무대는 상상력을 더해 1980년대 미국을 탄생시킨다. 특히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장면은 그림자극을 연상시키며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장장 4시간에 달하는 작품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은 흐트러짐 없는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중견 배우 전국향부터 권은혜, 김보나, 김세환, 정환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참고로 실존 인물로 미국 정치계에서 유명한 변호사 로이 역의 박지일과 전직 드랙퀸 벨리즈 역이자 국립극단 시즌 단원인 박용우는 실제 부자 관계로, 작품을 통해 한 무대에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초연된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오는 26일까지 '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를 공연한다. 국립극단 측은 2022년 2월 파트 원에 이어지는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 온라인 연예매체 <뉴스컬쳐>에 기고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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