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갑자기 떠오른 그때
혐오와 자기연민이 뒤섞여 복받혀오르다 사라지고는 하는 날씨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온도와 냄새, 바람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낯설지가 않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작년 이맘때가 너무 아프다.
작년,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일 있었냐고 질문받고는 했다. 살이 5kg 가까이 빠졌다. 3년간 안 맞아서 처박아뒀던 바지가 여유롭게 남아서 조금 신나기도 했다. 샤워를 할 때마다 훤히 드러나는 갈비뼈에 깜짝깜짝 놀랐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그때 나는 음식을 입에 넣지를 못했다. 위가 너무 상해서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도 못 마셨다. 잠을 잘 못 잤다. 가슴이 쥐어 뜯기는 듯이 아팠다. 버티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글쎄, 그 일이 그렇게 아플만한 일이었던가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순수했기에, 갈 곳 잃은 마음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몰랐다.
무슨 일이었냐고? 뭐 아주 식상하고 뻔한 실연이었다. 나는 그를 너무 좋아했었는데, 그는 나를 그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면 단순히 나의 설레발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달 동안 행복했는데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망했다. 나는 한 달 동안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매사에 뾰족한 고슴도치 같은 상태로 삶을 살았다. 친구와도 자주 싸웠다.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전파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지만, 그렇다고 혼자 다 끌어안고 슬퍼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질끔 질끔 새어나가는 감정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었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일 년이 지났다. 일 년 동안 나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살이 조금 쪘고 많은 것을 했지만 아직까지 백수 상태고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아직 애인이 없다. 그래도 살아는 있다. 뭐 언젠가는 어떻게 되지 않을까. 내 유일한 위안인 말을 읊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