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 Mar 11. 2019

<플로팅시티>

오늘날, 대도시에 대해 말하다

수디르 벤카테스의 <괴짜사회학>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터라 비교적 최근에 나온 그의 책 <플로팅시티>도 일종의 기대(사회과학 도서인데 소설보다 재미있을 것이란)를 갖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왼쪽) 한국판 (오른쪽) 미국판


괴짜사회학이 시카고의 빈민주거단지를 장악한(?) 갱단의 모습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플로팅시티에서는 그야말로 '미국다운' 도시인 뉴욕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책이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표류하며(플로팅 floating), 경계를 넘나드는(정확히는 경계를 넘어갈듯말듯)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이야기꾼'이다.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덧 정신없이 그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어느덧 뉴욕이란 도시,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이전 책과 다르게 이번 책에서 그가 소개하는 사람들은 빈민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뉴욕의 마약과 성매매의 브로커(brocker), 뉴욕에 어떻게든 정착하려고 표류하는(floating) 브로커, 계층 이동을 위해 더 나은 벌이를 위해 표류하는(floating) 브로커, 태어나기를 상류층에서 태어나 아이비리그를 졸업했으나 더 나은 인정을 받기위해 표류하는(floating) 브로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결국 그는 뉴욕에서는 더 나아지기 위해 누구나 표류하고 있음을 말한다.




1. 대도시의 속성:  희망고문 

뉴욕 등 대도시는 사회적 신분에 의문을 품도록, 그래서 신분을 뛰어 넘고 부를 추구하도록 사람들을 부추긴다. 마치 노력하면 계층을 넘어설 수 있는 것처럼. 그러나 실상은 그러한 부추김으로 동기화된 사람들이 뉴욕을 표류하고 또 표류하다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고 하지만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집요하게 야망을 드러내면 이웃과 이지 않으려는 의도로 간주하고 눈살을 찌푸리던 시카고와는 달리, 뉴욕은 마음껏 해보라고 오히려  부추겼다. 뉴욕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신분에 의문을 품도록 자극했다 ... 그러면 누구나 가능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부유하려고 시도한 많은 사람들이 결국 가라앉고 말았다. 더욱이 계층 이동이나 경제적 발전을 성공의 기준으로 본다면 대다수가 실패했다.




2. 대도시의 속성: 성공을 위해 가차없이 버리는 능력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영향력을 더 갖기 위해서 그들은 사람을 쓰고 버릴 줄 알아야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네트워크를 이용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을 창출할때만.

따라서 성공의 열쇠는 즉흥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인맥을 신속히 쓰고 버리는 능력이었다.
필요한 인맥을 이용하고 효용 가치가 사라지면 가차없이 버려야 했다.


성매매 여성이었던 '카를라'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마담 '마고'를 찾아간다.  마고를 통해 그녀는 성매매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그 후 다시 자신이 살던 빈민지역으로 돌아와 10대 성매매 친구들이 돈을 좀 더 벌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했다. 그러나 카를라는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는 '마담'이 아니라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성공을 위해 매몰차게 사람들을 활용할 수 없었고 그런 갈등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고:  바닥에서 빌어먹고  거면   하나를 선택해야 . 다른 애들이 맞든 말든 내버려 두든가 아니면 네가 얻어터지든가. 누군가는 맞아. 어느쪽을 택할래?
카를라: 모르겠어요. ...
마고: 어느 이냐고? 걔들이야 우리야?
카를라: 걔들은  친구들이에요. 어떤 개자식이  친구들을 패도록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마고: 그래.  이래서 문제야 카를라. 걔들은  친구가 아니야.  밑에서 일하는 애들이라고. 네가  잘살도록 도와줄 애들이라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심한 년처럼 징징대지 



3. 다양한 표류(floating)의 이유: 생계 vs 욕망


뉴욕에서 포르노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남아시아인 '만준'은 모아놓은 돈을 도둑맞고 마약 등 혐의로 도망자가 되었다. 이에 그의 가족은 뉴욕을 떠나게 된다. 그 가게 한 공간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던 여성었던 안젤라는 가게가 망한 후 독립된 공간을 찾아 운영했으나 곧 문을 닫게 되었다. 카를라는 젊고 의욕넘치는 성매매 여성으로 상류층의 사회로 들어가고자 했으나 결국 자신이 자란 동네, 안젤라 옆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뉴욕 어딘가에서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그들의 삶은 제자리 걸음 혹은  나쁜 상황으로 치닫았다.


반면 상류층 출신 마담 ‘아날리스’와 그녀 밑에서 일하는 상류층 여성들도 성매매를 통해서 돈을 벌었다. 그들의 목적은 생계가 아니라 부와 영향력이었다.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하거나 마약에 빠지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애쓰는 반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을 뿐 아니라 정당화하기를 거부하면서 승리감에 도취된 것 같았다".  


이유야 어쨋든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상관없이 누구나 돈을 좇기에 바쁜 도시 속 삶은 참 분주하다. 자신과 전혀 갈등이 없는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확장하기 위해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반면 자신 내부에 다른 가치와 갈등을 얻는 이들의 시도는 고단해 보인다. 심지어 위태로워 보인다. 지금 시대에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좇으며 살아가는 삶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안젤라'나 '카를라' 처럼 되는건가.    



너무 진지하게 썼으나 책은 하염없이 가볍게 재미있게 읽힌다. 번역자는 floating을 '부유하다'고 번역했는데 '표류하다'가 더 잘 와닿는 표현인듯하여 바꿔서 썼다.


** 이미지 출처: http://giphy.com; https://pixabay.com/


작가의 이전글 <프란시스 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