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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수 Sep 29. 2024

흑백요리사를 보고

요즘 자주 언급되기도 하고, 평소에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흑백요리사를 봤다.

굉장히 재밌는 지점이 많았다.


1. 흑수저와 백수저의 대결 구도.


자극적이지만 본능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 경력도 많고 인정도 많이 받았고 권위도 있는 백수저, 그리고 그런 것 없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흑수저. 백수저는 별다른 대결 없이 자동으로 올라가고, 흑수저들은 밑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실력을 입증해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은 흑수저들은 위로 올라가 백수저들과 정면으로 대결한다. 그렇게 정면으로 대결해서 흑수저가 이기는 장면을 보는 것의 쾌감이란.

지금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과 욕망을 그대로 녹여낸 서사가 아닐까 싶다.

그 구도를 극대화하는 세트장과 연출도 재밌었다. 첫 등장씬에서 흑수저들은 아래에 모여있고, 백수저는 위에서 위엄있게 등장한다. 마치 “우리는 너희와 존재 자체가 달라”하는 느낌을 풍기며. 그리고 흑수저들이 밑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안, 백수저들은 그것을 위에서 느긋하게 관람한다.


2. 백종원과 안성재의 다른 관점


요식업으로 사업적 성공의 정점을 찍은 백종원과 파인다이닝의 정점을 찍은 안성재, 이 둘의 관점 차이를 보는 것도 재밌었다.

흔히들 백종원은 대중적인 요리를 좋아해서 파인다이닝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못하지 않을까 하는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음식에 대해서 워낙 해박하기도 하고 전세계의 맛있다는 요리는 정말 많이 먹어봤을테니, 심사위원으로선 굉장히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방송을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봤을 때 백종원과 안성재의 관점의 차이는, 백종원은 새로운 시도, 재미에 좀 더 가치를 두고, 안성재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성도에 더 중점을 둔다는 것 같다. 안성재는 모든 것이 정교하게 의도를 갖고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중성/예술성의 차이라기보다는 무엇이 더 좋은 예술인가에 대한 취향과 가치관의 차이인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도 보면, 아주 참신하고 재밌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 영화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정교하게 의도대로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흠잡을 데는 없지만 나에게는 별로 재미없는 영화도 있다. 정답이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완성도에 저 정도의 집착을 갖고 있는 셰프의 요리는 과연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모수가 재오픈하면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리라...


3. 팀워크


팀전은 팀워크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지점을 많이 남겼다.

어떤 팀은 리더의 명령하에 일사불란하게 맡은 일을 해내고, 어떤 팀은 계속해서 의견 다툼이 있고 정리가 안되고 우왕좌왕한다. 팀을 잘 리딩하는 리더는 팀원들간 의견 차이가 있을 때 교통정리를 확실하게 해주고, 자신이 책임을 지고 확실하게 판단을 해주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준다. 반면 그렇지 않은 리더는 팀원들간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뒤로 빠져있고, 책임도 지지 않고,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나도 지금 팀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신중한 성격이다 보니 종종 판단을 보류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게 팀원들에게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 항상 충분히 고민해보고 결정을 내리고 싶어서 그랬던건데, 그게 팀워크의 관점에선 안 좋을 때도 있었다.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지되, 필요할 때는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다.

팀전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가 보여준 행동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리더와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결정이 되더라도 리더의 결정을 존중하며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낸다. 그리고 리더가 실수를 했을 때도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의하지 상대방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팀워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원래 예능은 컨텐츠의 밀도가 낮다고 생각되어서 잘 안 보는 편인데, 흑백요리사는 정말 오랜만에 재밌게 본 예능이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과도 같은 서사와 연출이었다. 자극적이면서도 세련됐다.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수많은 요리들을 보는 것도 정말 재밌었다. (나온 셰프들 식당 다 가보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정말 궁금하고 다음편도 많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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