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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f Merak Nov 12. 2019

‘순국선열’과
묻히지 말아야 할 곳에 묻힌 ‘친일파’

그리고 “조선인”


https://youtu.be/PEIqzvvHArA


‘순국선열’과

묻히지 말아야 할 곳에 묻힌 ‘친일파’

그리고 “조선인”     


‘단두대 위에 서니 오히려 봄바람이 이는구나.

몸은 있으되 나라가 없으니 어찌 감상이 없겠는가.’  

   

독립운동가 강우규 선생께서 사형이 집행되던 순간 남긴 짤막한 시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선조를 가리켜 ‘순국선열’이라고 합니다.          


11월17일 ‘순국선열의 날’은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열사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한 정부기념일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39년에 지정했습니다. ‘순국선열의 날’을 11월17일로 정한 이유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한 을사조약이 1905년 11월17일에 일본의 강제로 체결됐기 때문인데, 그날의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등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분은 총 1만5689명에 그칩니다. 그나마 올해 8월, 3·1운동과 항일투쟁에 투신한 독립운동가 550명이 새로 발굴돼 국가보훈처에 포상 신청되었지만 순국선열에 대한 정확한 숫자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특히 125년 전 발생한 ‘동학 토벌전’에서 일본에 맞서 잔혹하게 죽어간 민초들을 비롯해 1945년 해방될 때까지 의병이라는 이름아래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호국영령들 또한 현재로서는 그 숫자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국립서울현충원에 세워진 ‘대한독립군 무명용사 위령탑’을 통해 무명 순국선열에 대한 넋을 기릴 뿐입니다.     


순국선열의 넋이 깃든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불편한 사실 또한 묻혀있습니다. 김백일 및 김홍준,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백낙준 등 친일파 7명이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들의 무덤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곳에 묻혀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대한독립군 무명용사 위령탑 역시 친일파 묘역의 입구 아래에 위치해있습니다.     


국립대전현충원에도 김석범 및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 등 친일파 4명이 묻혀있습니다. 서울과 대전 현충원에 묻힌 이들 11명은 정부가 지난 2009년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발표한 친일파입니다. 시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보다 많은 63명의 친일파가 현충원에 묻혀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국립묘지 현충원, 묻히지 말아야 할 곳에 묻힌 친일파들의 묘를 옮기는 것은 아직 불가능합니다. ‘친일파 국립묘지 이장’과 관련한 법들이 국회에 잇따라 발의됐지만 몇몇 국회의원들이 반대와 관련 부처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법안 상정 뒤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친일파 묘지의 강제이장이 어렵다면 친일행적을 명시하는 조형물을 설치하자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 파행이 이어지며 상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정작 현충원에 묻혀야 할 순국선열들은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낸 홍범도 장군은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구 중앙공동묘역에 잠들어 있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현재까지도 그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만주와 연해주에서 독립전쟁을 펼친 독립군들의 유해 또한 그 실태조차 알 수 없습니다.     


묻히지 말아야 할 곳에 묻힌 친일파, 묻히지 말아야 할 곳에 묻힌 독립군과 더불어 묻히지 말아야 할 곳에 묻힌 한민족은 또 있습니다. 일본 후쿠오카지역의 가이지마 오노우라 탄광을 비롯해 태평양 각지로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 중 상당수의 조선인들이 현지에 묻혀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 또 한 곳 천인갱. 중국 하이난 섬 싼야시에 위치한 천인갱에는 일본의 강제동원으로 끌려간 조선인 1200 여 명이 한 곳에 묻혀 있습니다. 묻히지 말아야 할 곳에 묻힌 조선인들은 70 여 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그곳 타향만리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제 그들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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