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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국 Oct 18. 2023

4. 공기업으로의 이직은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마흔 이후의 도전

2019년, 서른 여덟에 사에서 공으로 이직했다.

그해 봄 둘째를 가져서 12월에 낳았고 2년 휴직.

작년 복직 후 근무한지 2년째가 되어간다. 연차로는 현재 회사에서 5년차인데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헤매는 기분이다.


어떤 한 업무에서 개인이 발전을 이루려면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 차근 경험하면서 배워 나가야 하는데. 지금 회사는 그런 과정을 무시한채 나에게 전문가로서의 결과물을 요구한다. 업무 자체가 이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도 버거워하는 난도 높은 일 인데도 그렇다. 외부에서 와서 한낱 2년정도 근무한 나에게 바라는 바가 크다. 내가 전문가 이긴 한건가?


문서를 작성할 때마다 기존 것이나 외부의 것과 비교하면서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지 않으려면 계속 연습을 해야 하는데, 누구도 방향을 주거나 도와주지 않는다. 보고도 다이렉트로 하면서 수정해야 하고. 잘했다 못했다 피드백도 딱히 받지 못하니. 내가 제대로 하고있는 건지 어쩐지도 잘 모르겠다. 이런 업무를 기존 사기업에서도 하긴 했으나. 보고 이전 아주 많은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내가 기댈수있는 언덕이 많았다. 지금은 외부에서 온 전문가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라는 느낌으로 누구도 선뜻 방향을 알려주질 않는다. 혼자 쓰고 깨지며 무난하고 엣지없는 글을 쓴다.


발전없는 회사에서의 나날들. 이 회사를 벗어나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회사 탓이 아니고 내 능력이 바닥난 탓이 아닐지 자문하게 되는건.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싶다는 의욕마저도 말라버려서인거 같다. 매일 칼럼들을 스크랩하려고 노력하고 쌓아가면 나아질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이 곳에선 노력도 안하게 되고, 뭔가가 쌓이지도 않는 기분이다. 항상 엄격히 관리되고 위에서 쉴새없이 닥달하던 사기업 문화에 익숙해져서일까. 혼자 알아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해야하는 공기업 문화가 아직도 어렵다. 누군가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고 혼자 헤쳐나가야하는 환경이 나에게 심각한 고통을 준다는 것을 최근에야 느끼고있다.


이직을 후회하기엔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고. 그만두자니 월급과 직장의 워라밸이 아쉽고 딱히 다른 일이 하고싶지도 않은 멍청한 상태다. 이민가자는 남편에게도 그저 쫌만 더 버텨보자고 유예만 시키고 있다. 슬럼프가 지나가면 또 괜찮은 일상이 오기도 하니까. 선택을 유예조차 할 수 없는 시점이 되면 후회하게 될거 같기도 한데. 후회하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건 좀 그렇잖아. 새로운 시작. 리셋이 두려운...(엄밀히 말하면 귀찮은) 나이가 되버렸다는게 슬프면서도 안심이 된다. 이렇게 또 발전없는 나날들에 타협하게 되는... 이게 다 공기업 이직 때문인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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