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머니마켓펀드(MMF)는 ‘스테이블 코인’처럼 여겨졌다. 펀드 1주의 가치가 1달러에 고정돼 있었고, 은행 예금보다 이자율(금리)이 높았다.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었다. MMF를 현금과 동등한 것, 즉 ‘현금 등가물’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2008년 9월 일이 터졌다. 일부 MMF가 리먼 브라더스 기업어음(CP)을 들고 있었는데,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이 CP가 휴지 조각이 된 것. 그래봤자 손실이 펀드 순자산의 1.2~1.5%에 불과했지만, 1달러 고정이 깨진 것(break the buck)의 심리적 충격은 엄청났다.
MMF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보름 새 500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일종의 ‘뱅크런’이다. 결국 미국 재무부가 한시적으로 원금 보전을 약속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후 2016년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며 ‘프라임 MMF’ 시장은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프라임 MMF란 초우량 신용등급의 회사채와 CP, 양도성예금증서(CD),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담은 MMF다. 이와 달리 국공채 등을 담은 MMF는 ‘정부 MMF’라 한다.
현재 미국 MMF의 시장의 88%는 정부 MMF가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전엔 프라임 MMF의 점유율이 더 높았다.
이런 MMF의 역사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앞날을 예상케 한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침을 겪었지만 MMF는 여전히 건재하다. 스테이블 코인 역시 건재할 것이고,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
또한 프라임 MMF가 대폭 축소되고 정부 MMF가 득세했듯, 스테이블 코인 역시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충분히 보유한 코인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