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과 선 Nov 04. 2019

모멘텀 투자

오르는 주식이 계속 오르고, 내리는 주식은 계속 내린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투자의 기본 원칙으로 꼽히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이 말의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가 매수를 가격이 하락한 자산을 매수하는 것으로만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워런 버핏, 하워드 막스 등 가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포에 사라”, “떨어지는 칼날을 잡아라”, “주가가 내려가면 더 사라” 등등. 인간 본성상 오른 주식을 팔고, 떨어진 주식을 사는 게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떨어진 주식을 사서 돈을 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외 가치투자 펀드들이 죽을 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전문가들은 자산 가격이 크게 ‘평균 회귀’와 ‘추세’라는 두 가지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평균 회귀는 말 그대로 평균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다. 예컨대 많이 오른 주식은 고꾸라지고, 많이 떨어진 주식은 반등한다는 것이다. 추세는 오르는 주식이 계속 오르고, 떨어진 주식은 계속 떨어지는 경향을 말한다. 


이에 따라 투자 전략도 달라진다. 평균 회귀를 노리는 투자자는 주가가 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매수한다. 이를 ‘가치 투자’ 또는 ‘역발상 투자’라고 한다. 추세를 노리는 전략은 오르는 주식을 매수한다. ‘추세 추종’ 혹은 ‘모멘텀 투자’다. 


그런데 평균 회귀와 추세는 별개의 현상이 아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기(~1개월)와 장기(3~5년)에선 평균 회귀가 일어날 가능성이, 중기(3~12개월)에는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드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여러 자산의 과거 사례를 살펴보니 그런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자산 가격이 추세를 보이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호재나 악재가 발생했을 때 자산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반영된다.” 이른바 과소반응(underreaction)이다. 


투자라는 것이 불확실성 하에서 이뤄지고, 아무리 좋은 소식이 들린다고 해도 긴가민가하며 100%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자산 가격에 즉각 반영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정보가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과잉 반응을 일으켜 오버슈팅을 하기로 한다. 이런 경우엔 정보가 충분히 가격에 반영돼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 


모멘텀 투자가 사이비 취급을 당할 때도 있었다. 가치 투자도 아니고 효율적 시장 가설(EMH)도 아닌 근본 없는 투자법이란 폄훼였다. 1990년 중반 들어 학계에서 모멘텀을 진지하게 연구한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투자업계에서 중요한 투자 전략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모멘텀 투자법은 크게 상대 모멘텀과 절대 모멘텀으로 나뉜다. 상대 모멘텀은 여러 자산 혹은 주식 가운데 많이 오른 것만 골라 투자하는 방법이다. 횡단면(cross-sectional) 모멘텀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최근 12개월 수익률 상위 10% 혹은 상위 30개 종목을 뽑아 투자하는 식이다. 최근 6개월을 기준으로 하기도 하고, 최근 1개월을 빼고 수익률을 계산하기도 한다. 많이 오른 주식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 바탕을 둔 것이다.


절대 모멘텀은 시계열(time-series) 모멘텀이라고 한다. A라는 자산 가격이 200일 평균이동선보다 높을 때, 혹은 최근 12개월 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높을 때 매수하는 식이다. 


이렇게 매수한 종목은 1~3개월 동안 보유하는 것이 가장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 오래 보유하면 평균 회귀로 인해 주가가 고꾸라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과연 모멘텀 투자가 돈을 벌어다 줄까? 과거 사례를 보면 ‘대박’은 아니지만,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줬다. 하지만 모멘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최근 들어 모멘텀 전략의 투자 수익률이 시원치 않은데, 한쪽에선 “모멘텀은 이제 끝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단기 수익률 부진은 항상 있었다”고 아웅다웅한다. 



이런 논란에도 모멘텀은 투자자들에게 꽤 유용한 도구가 된다. 중·소형주나 해외주식, 원자재, 부동산 등 정보가 부족한 자산도 모멘텀에 기반해 투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들에겐 투자 수익률을 갉아먹는 행동 편향(behavioral bias)을 교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 때문에 사람들은 처음 매수한 가격보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추가 매수를 주저하게 된다.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와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은 투자자들이 상승세를 탄 주식을 일찍 팔고, 손실 상태인 주식을 오랫동안 들고 있게 만든다. 


모멘텀은 오르는 주식을 추가 매수할 수 있게 하고, 성급한 매도를 막아 이런 행동 편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하락한 주식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손절매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4월 실업률은 19년 만에 최고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