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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 아빠 Jan 31. 2024

배고픈 소크라테스

행복한 돼지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 치팅 데이 때는 스팸도 먹는다.


 배부른 돼지가 될지언정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라. 인간은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자의식과 의지를 가진 존재다. 그래서 아마 이 지구상 모든 동물 중 유일하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그 죽음의 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존재일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행복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당연히 오래 살기 어렵고 행복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걸리기 십상이다. 건강과 행복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쇼펜하우어가 그랬다. 바쁜 사회생활이었지만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기에 안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늘 70kg 대를 유지했는데 어느 순간 벌크업을 한답시고 80을 훌쩍 넘겨 90에 육박하는 상황까지 왔다. 늘 선명하던 복근은 어느 순간 배에 완전히 묻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독한 마음으로 건강한 다이어트를 했다. 덕분에 다시 70kg 초반대로 내려갔고 늘 선명한 복근을 유지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밤만 되면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 음식에 대한 욕구와 그것을 견뎌야 하는 지성이 있는 인간이 가진 의지가 용호상박처럼 싸워댔다. 의지가 매우 강한 편이라서 늘 의지대로 안 먹긴 하지만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한 삶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365일 복근을 유지하는 삶이 어떤 의미 일까도 되짚어 본다. 건강은 한데 못 먹어서 스트레스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몇 가지 유의미한 결론을 내렸다.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복근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다. 사실 배가 나오게끔 만드는 음식은 상식적으로 좋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 그렇기에 건강한 식단을 추구한다면 복근은 덤으로 딸려오는 거지 복근을 위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결론이다. 그래서 나는 건강한 식단을 즐기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한다.


두 번째는 아무리 그래도 야식은 하지 말자다. 야식은 백해무익하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소화 능력은 떨어지고 먹고 자면 밤새 소화하느라고 무지 피곤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야식이 정말 너무나도 당길 정도로 배고프고 힘들다면 프로틴 셰이크를 마시거나 아니면 그냥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 낫겠다 싶다.


끝으로 건강한 식단과 소식을 유지하다 보면 내 몸이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며 아우성을 칠 때도 사실 막상 먹으면 얼마 안 먹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배고픔도 습관이고 과식도 습관이다. 클린 한 몸 상태를 만들어 놓으니 많이 먹지 않아도 금세 포만감을 느끼고 만족감이 오래간다. 하지만 가끔 이성의 끈을 놓치게 만들 만큼 배고픈 상황이 올 때 마트라도 가면 그날 장은 불필요한 소비만 조장할 뿐이다. 그래서 식사 전 반드시 내가 진짜 이만큼을 먹어야 하는 것인가 한 번 생각하고 조리하기로 한다.


이런 노력도 사실 쉽지는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다이어트를 도전해 본 누구라도 우리는 과거 배고픈 인류의 조상 덕분에 유전적으로 이렇게 살찔 수밖에 없단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 만큼 안심하면 안 된다. 늘 주변에 맹수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삶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하지만 익숙해지면 사실 견딜만하다. 아니 오히려 음식에서 오는 기쁨보다 더 다채로운 기쁨을 삶에서 누릴 수 있게 된다. 인간에게 분명 먹는 것은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하지만 어느 즐거움과 유희가 그렇듯 너무 거기에 매몰되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식단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고 운동하지 않으면 식단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적당한 운동은 당연지사.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도전은 계속된다. 365일 복근이 있는 삶은 결과론적인 삶이다. 매일 나와의 싸움에서 오늘도 승리했다는 전리품이다. 유전적으로 게으른 인간의 몸뚱이를 의지로 일으켜 운동을 했고, 짜고 달고 느끼한 자극적인 음식 대신 담백하기 그지없는 건강식을 챙겨 먹고, 자기 전 느껴지는 극도의 허기짐을 뿌리치고 나서 거울 앞에서 서서 상의를 살짝 올려 선명한 복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늘도 나는 승리했다는 뿌듯함이 몰려온다.


이 글은 절대적으로 지금 야밤에 이 허기짐을 이겨보려고 쓰는 스스로에게 외는 주문 같은 글임을 밝힌다.


건강식 중 가장 대중적인 닭가슴살 샐러드. 마트에서 팩으로 파는 샐러드에 닭가슴살 올리고 발사믹을 살짝 둘렀다.


훈제오리 양배추 볶음밥. 건강한 단백질 훈제오리에 양배추, 밥을 넣고 간장으로 살짝 간을 한 별미. 훈제오리 대신 닭가슴살, 돼지고기 앞다리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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