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입니다.
* 온 마을 사람이 제 책의 출간을 함께 축하해 주었습니다.
제 이름이 쓰여있는 책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은 마치 '데미안'에 나오는 이야기를 직접 경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아프락사스)
저라는 새는 작가가 되기 위해 투쟁하였습니다. 작가 이전의 삶은 알 안에 들어있던 세계입니다. 사실 그 세계는 안락하기 그지없지요. 굳이 작가가 되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 하는 투쟁을 생각한다면 그 노력의 결실이 생각보다 달콤하지 않을 수 있기에 그런 노력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에 머무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백여 군데의 출판사에 기획서를 보냈습니다. 수십 통의 거절 메일이 제 자존감을 떨어뜨릴 법도 했지만 저는 계속 투쟁하였습니다. 오늘은 출판의 과정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에 구체적인 출판 과정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느꼈던 마음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여하튼 그렇게 저는 투쟁을 계속해나갔습니다. 줄탁동시. 누군가는 저를 알 밖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쪼아주어야 합니다. 아내가 저를 도왔고, 친구가 저를 도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함께 줄탁동시 하였습니다. 반대급부도 있었습니다. 군인 신분인지라 겸직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저는 알을 계속 깨뜨리기 위해 투쟁했습니다.
하필 훈련 기간이랑 겹쳐 잠을 줄여가며 원고를 탈고했습니다. 출판사 기획팀과 합을 맞춰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으며, 사실 반드시 해야 할 것들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라는 존재는 그것을 해야지만, 알을 깨였지만 그 알 너머에 있는 세상을 봐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 과정을 즐겁게 시나브로 진행했습니다.
결국 지난 3월 29일 제 책이 세상에 빛을 보았습니다. 알이 깨진 것이지요. 저는 알에서 나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알 속의 제가 의미 없던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였고, 아들이었으며, 군인으로 충분히 사명 다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깨뜨린 알은 어찌 보면 제가 스스로 만들어낸 벽을 허물어 냈다고 보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글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글은 세상에 읽히는 글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제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향해 날갯짓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아무리 초보라고 하지만 저는 당당하게 누구에게든 '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알에서 나온 제 정체성은 '작가'였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후 제가 가장 기쁘고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역시나 서울 한복판 교보문고 광화문점 신간 평대 위에 당당히 제 책이 올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어찌나 기뻤던지 퇴근 후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가 영롱하게 올려진 제 책을 구경하러 가기까지 했습니다.(요즘엔 평택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제주에서 모두 불러와 함께 그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책을 읽고 리뷰를 작성해 주신 덕에 인터넷에 제 책을 검색하면 수많은 글들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제 이름을 검색해도 제 책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이희성 소위'라고 치면 제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이것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출간 후 얼마 있지 않아 이투데이 기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군인은 인터뷰의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심껏 인터뷰에 응했고 마침내 제 책과 관련한 기사가 두건이나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무려 저출산 정책에 관련한 기획 기사였습니다. 그저 알 안에 갇혀있던 저라는 존재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자 '작가'라는 타이틀을 통해 펜을 무기로 세상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352387 (출산 정책 관련 기사)
https://www.etoday.co.kr/news/view/2354724 (아빠 육아에 관련한 책 소개 기사)
하지만 새는 압락사스에게 날아간다고 되어 있습니다. 압락사스는 양면신입니다. 분명히 명이 있다면 암도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험이 좋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당장에 인세를 받는 작가다 보니 제 책이 더 많이 팔리길 원하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됩니다. 책이 조금이라도 잘 안 팔리는 것 같으면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교보 주간 베스트 순위에 올랐다가 그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며, 아예 주간 베스트에서 탈락할 때도, 다시 오를 때도 제 마음은 마치 '후렌치 레볼루션'을 타는 듯했지만 이내 저는 이 상황을 인식하고 자기 객관화를 통해 받아들이는 법을 빨리 습득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책 판매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초보 작가는 스스로 책 판매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고 요즘엔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 활동을 통해 책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경험하지 않았지만 분명 이 글로 인해 탈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알을 깨고 나온 이 세상은 원래 위험한 것이니 그 정도는 감수할 것이라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을 깨는 투쟁을 멈추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저출산, 가정 회복, 행복한 부부 등 굵직한 사회 이슈들을 다룰 것입니다. 후속작도 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겪게 될 수많은 저항들은 오히려 제 날갯짓을 의미 있게 만들 것입니다. 다시 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작가'의 삶은 한번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책이 설령 절판되더라도 제 책이 분서갱유되지 않는 한 어느 곳에든 남아 있을 테니까요. 혹시 알까요? 포조 브라촐리니가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어느 수도원에서 찾아내 르네상스를 일으킨 것처럼 어느 독자가 제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내 21세기 르네상스를 일으킬지요.
제 책은 가벼워 보이는 표지와 다르게 묵직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철학적 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힌트를 조금 드리자면 더 이상 도구로 살지 말자는 것입니다. 인간을 도구로 여기는 한 그 사회는 유지될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은 독자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판매처 : 교보문고, 예스 24 등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810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