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이미 자연이 따르고 있는 이치였다.
자연스럽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람들도 자연스러운 사진을 좋아한다. 자연스럽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굳이 설명한다면, 사람 눈으로 보기에 편안한 그 무엇이리라. 그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자연스러움에 편안함을 느낀다. 자연스러울수록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오랜시간 여행을 하면서, 그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찾고 있는 답이 숨어 있다는 걸 알았다. 이미 답이 자연 속에 있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늘 답을 찾고 있을 때가 많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도 우리 마음 속에 상식처럼 자리 잡힌 자연스러움에 귀를 기울여보면 생각보다 쉽게 답을 얻는다. 그냥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를 그냥 인정하기 싫은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슬란드는 역설의 땅이었다. 나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라가 위의 사진처럼 온통 눈으로 덮혀있는 땅이다. 하지만, 일명 불의 고리에 걸쳐 있는 지역으로, 화산활동이 매우 활발한 곳이다. 그래서 많은 하천과 호수가 땅 아래 화산활동으로 인해 온천인 곳이 많다. 마치 장작 위에서 달궈지고 있는 냄비 속 얼음이 녹지 않는 것과 같은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가 없다. 역설. 상대적인 서로가 공존하는 현상. 하지만 결코는 역설은 자연스러움에 위배되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니, 아이슬란드와 같은 땅이 존재하겠지. 아, 생각해보니, 밀알이 땅에 뿌려져서 죽어야, 열매를 맺는구나. 죽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가 없구나.
사진을 보면 매우 척박해 보이는 땅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떤 곳보다도, 생명력이 넘치는 땅이다. 위 아래 상황을 보면 참 혹독해보이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엄청난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땅이다. 이 땅을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가슴을 뜨겁지만, 머리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할까.
머리도 차갑고 가슴도 차가운 사람들이 있다. 로봇이나 다를바 없는 사람들이다. 아니, 로봇보다 못할 수도 있겠다. 적어도 로봇은 시키는 것은 무조건 하는데, 이런 경우는 시키는 것도 냉랭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유형이다. 생각을 많이 하고 싶지 않고, 무난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다. 철밥통류 사회에서 이런 류의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물론 그곳에 계신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아무 걱정없이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그러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실제로 많긴 하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창의적으로 일을 한다고 월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고, 설사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하게 일만 많아질 뿐이니까.
머리도 뜨겁고 가슴도 뜨거운 사람들이 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지만, 행동이 지나치게 과해서, 좋은 의도로 일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잦다. 너무 뜨거워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의도는 너무나도 좋은데, 절제미가 떨어져서, 인정을 잘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다.
머리는 뜨겁고 가슴이 차가운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행동하는 동기가 매우 이기적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머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열심히 굴리는 사람들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게 적어서, 주변 사람들의 입장 같은 것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양심에 화인 맞아, 사회적인 지탄이 지속되어도, 더욱 더 뻔뻔하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시킬 궁리 뿐이다. 주로 나쁘게 권력을 장악하고 휘두는 사람들이다.
그런 것을 볼 때, 자연의 섭리를 보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보이는 것 같다. 땅 아래는 뜨거운 마그마가 흐르고 있고, 땅 위로는 차가운 눈으로 덮혀있는 땅이었지만, 그 어느 땅보다도 태고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던 곳, 그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였다. 만일 아이슬란드라는 땅이, 위의 언급한 세부류의 사람들과 같았다면, 과연 어떠한 땅이 되었을까.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것이 잘못은 아니겠지만, 자연의 일부로서, 우리가 분명 지켜야 할 원칙은 있는 것 같다. 자유로운 삶이 결코 아무거나 막해도 되는 방종하는 삶이 아니듯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되, 자연이 품고 있는 자연의 원칙을 늘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사진 또한 그러했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공감을 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냉철한 판단으로 세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사진.
사진 / 글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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