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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함 Apr 18. 2019

프롤로그. 퇴사할 줄 모르고


친구들에게 퇴사했다 전하자,


또?


라는 말을 들었다. 이번 퇴사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은데 반년 만에 모이다 보니 간단한 근황만 오갔을 뿐인데도 오만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나의 퇴사보다 몇 배나 흥미진진한 소재가 넘쳐흘렀다. 누군가 입을 열자마자 숨이 넘어가도록 웃음이 나왔고, 분위기를 타다 보니 학교를 다닐 때도 하지 않았던 '화장실 같이 가기'까지 했다. 그렇게 즐겁게 취하고 모든 걸 잊은 척, 털어낸 척 막차를 탔다. 하지만 집으로 오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 결과, 아무리 봐도 이번 퇴사는 묻고 지나가기 아까웠다.


딱히 화가 나서는 아니고 (출처-핀터레스트)

 

잡플래닛 아이디랑 패스워드는 잊은 지 오래다. 혹시나 싶어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카카오톡으로 로그인이 되네! 자동 저장해놨어! 로그인만 누르면 로그인! 자동 저장 개발자는 약 70억 인류가 저마다 한 번 씩 빠질 위기와 귀찮음을 꿰뚫어 본 게 틀림없다. 그것이 브런치에 대놓고 TMI를 하는 이유다.


일단 들어봐봐 (출처-그것이 알고싶다)


이번 퇴사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달이 바뀌면서 재계약으로 다른 업무를 맡기로 했다. 재계약 전에 여행을 다녀올 생각으로 마지막 날에 휴가를 냈다. 지난 1년간 부서를 휘감고 있던 [내 일 아님]이 시전 된 것인지, 아무도 인수인계를 요청하지 않았다.


그래,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인수인계서를 A4 한 장으로 요약하고 연도별, 프로젝트별, 내 전 전임자와 전임자가 작성한 파일을 정리한 외장하드도 준비했다. 외장하드 분실을 고려해 내가 사용하던 컴퓨터에도 자료를 정리해 두었고, 바탕화면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3년간 아무도 손대지 않은 원본 파일도 라벨을 붙여 서류철 해두었다.

첫 회사에서 퇴사할 때 사원들에게 1년 동안 10만 원의 상여금을 뿌리던 사장에게 인수인계 수고비로 20만 원을 받고 나온 나였다.


직장인 3년 차_이 책 안 읽어도_완벽하게 할 수 있음


퇴근 두 시간을 앞두고,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출장을 나갔다. 팀장 대리이며, 서무 직함을 맡은 사람도 있었다.

 

소환할뻔 (출처-영화 베테랑)


인수인계서를 프린트했다.

못 볼까 봐 출장을 간 사람들책상 위에 두었다.

외장하드도 올려놓았다.

카톡도 했다.


그러면서 좀... 계약직이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인수인계를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난 호구니까. 지난 1년 간 자원봉사 빼고 시키는 거 다 했으니까. 자원봉사도 시켰으면 했겠지만 안 시켜서 안 한 경우에 해당하는 호구니까, 그냥 했다.


네???


2박 3일간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달이 바뀐 첫날에 출장을 갔다가 전화를 받았다. 내게 출장을 부탁한, 앞으로 같이 일할 사람이었다. 내가 인수인계를 하지 않아 부서가 마비 상태라는 것이다.


"인수인계서 못 받으셨대요? 혹시 몰라서 카톡까지 드리고 왔는데요."

"그렇게 던져놓고 가면 남은 사람이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진심 소환할뻔 (출처-영화 베테랑)


돌변한 그녀의 태도가 낯설었다.

도움이 안 되면 쳐낼 줄 알았지만 본인의 업무가 아닌데도 선을 넘어와 나를 공격하는 말투가 이해가지 않았다. 지난 1년간 계약직과, 계약직의 업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취급하던 조직이긴 했다.


근데 1년간 프로그램 기획 진행 다 내가 했고요? 1년 실적 다 내가 냈고요? 웹툰 열정 호구 보면서 고구마 답답이 소리 질렀던 나 반성... 내 이야기였네


전화를 마치고 업무를 보는데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서울에 도착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변명을 들었다


신임 부서장이 있는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라 "자리에 없는, 계약직인" 내 탓을 했다는 것, 일이 생겨서 인수인계서를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기존의 업무를 계속하며 새로운 업무까지 맡아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죽어서도 만나지 말자 (출처-핀터레스트)


그리고 벚꽃이 만발한 일본으로 떠났다.





프롤로그가 길었죠?

전 TMI를 좋아하는 20대입니다.


지난 3년간 4곳의 회사를 경험했어요.

어디에 속해서 일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당분간 회사를 다니지 않고 활동할 예정입니다.


프롤로그는 이 여행기가 탄생한 배경으로 가벼운 마인드로 읽어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곳은 회사를 다니지 않겠다는 결심에 큰 용기를 준 곳 같아요.

회사를 다니면서 배운 좋은 점도 많습니다.

지금의 제가 그 덕분에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 여행기는 그 이야기와 함께하려 합니다.


1부는 퇴사 전 오카야마 여행기,

2부는 퇴사 후 후쿠오카 여행기로 구성됩니다.


오카야마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 것 같아요.

길을 찾을 때 한국말이 곳곳에 붙어 있어서 정말 편하게 다녔거든요.

5~6월에 일본 여행을 계획한다면 정말 추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후쿠오카는 한국에 정말 잘 알려진 곳이지만,

의외로 잘 정리된 정보를 찾는 게 힘들었어요.

자유여행으로 후쿠오카의 온천 명소를 다녀오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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