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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Oct 02. 2019

번외편 : 2014년생 아들이 1984년생 엄마에게

꽃사슴 문장 수집

꽃사슴 문장 수집 생활



칭찬스티커를 모으고 있는 너.

몇 개 모았나, 헤아리다가 하는 말.

“의사 선생님은 좋겠어.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니까

칭찬스티커 많이 받겠지?”    


네 이놈 너 

수 쓰지 말고 하나씩 모아라




속옷을 벗고 누워있는 엄마 가슴을 보며.

“엄마, 왜 찌찌가 작아졌어?

어제는 컸었는데, 그치.

괜찮아, 다시 지어질 거야.

밥 많이 먹으면“    


고오맙다




크리스마스 이브, 잠자리에 누워 오늘

어린이집에서 만났을 산타할아버지에 대해 물었지.

어쩐 일인지 엄마가 질문을 할수록 시무룩해지는 너의 낌새.


“산타할아버지가 꽃사슴한테 편지를 쓸 거야.”

“뭐라고?”

“오늘 꽃사슴 많이 안아주고 싶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많아서 못 안아줬다고.”


엄마는 너를 꼬옥 안아주었어.

너는 잠시 후 노래를 불렀지.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는~


수 백 번도 들었던 가사가 그날따라 왠지 마음에 들지 않더라.

“아니야, 꽃사슴아, 울어도 괜찮아. 우리 이렇게 불러보자.”

울어도 돼, 울어도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도~    


울어도 괜찮아

실컷 울어

어른이 되어서도




한창 태어남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던 너.

“엄마, 꽃사슴은 어떻게 왔어?”

“그러게, 어떻게 엄마한테 왔을까?“

“뛰어서 왔지”    


먼길

뛰어오느라 고생했어



외할아버지를 너는 ‘비누 할아버지’라고 불러.

'비누'라는 강아지와 같이 사는 덕이지.

네 외할아버지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엄마를 보고선 너는 물었어.


“비누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야?”

“응, 엄마의 아빠가 비누할아버지야.”

“그런데 왜 엄마는 아빠랑 꽃사슴이랑 다 같이 살아?

엄마, 아빠도 없이?“    


엄마의 엄마, 아빠가

엄마를 날려주셨어




심쿵-

“꽃사슴아, 미안한데 이것 좀 도와줄래?”

“이게 뭐가 미안한데?

꽃사슴은 엄마를 도와주는 게 제일 좋아.“


변치 말아라



영화를 보고 난 후 너에게

“오늘 재밌는 꿈 꾸겠다, 그치?”

“하지만 꽃사슴은 마음대로 꿈을 꿀 수 없고

그냥 꿈이 알아서 꿔지는 건데?“    


현실에서는 네 맘껏 꾸렴

어떤 꿈이든




코 옆에 떡하니 난 뾰루지 때문에 속상해하던 엄마.

“꽃사슴은 좋겠다, 피부에 아무것도 안나고 깨끗해서”

“엄마, 뭐 나도 느낌이 예뻐”    


너!

오늘 칭찬스티커 10개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요즘 ()

“아빠 똥은 뚱뚱하고,

엄마 은 날씬하고,

꽃사슴 똥은 튼튼하게 뼈가 있어“    


알았어

밥 많이 먹어야 튼튼하다는 말 그만할게




“엄마는 왜 아빠보고 여보라고 해?”

“응, 엄마는 아빠랑 결혼했잖아.”

“꽃사슴은? 왜 꽃사슴만 빼구 해? 꽃사슴 속상하게?”

“어어?(당황) 꽃사슴도 결혼할래?”

“응, 엄마랑, 아빠랑.”

“언제하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해야지. 어린이집 안 가는 날에.”    


중2때 이거 보고

난리 치지 말자?




“꽃사슴은 엄마한테 혼나도

엄마가 좋아“    


내리사랑이 아니라 어쩌면-

오름사랑.

어른보다 더 큰 너희들 그릇.




아빠에게 네가 한 말.

“아빠가 아기였으면 꽃사슴이 꼭 안아줄텐데”

“아빠 나중에 아기 될 거야.

그때 많이 안아줘“    


왜인지 쪼끔 슬프고

몽클




“엄마가 좋아서 엄마 뱃속으로 왔어”   


고마워,

부족한 엄마 선택해줘서

 



2018. 08.19. 23:00

“엄마 얼굴이 기쁜 여행 같아.

꽃사슴은 엄마 몸 속의 바다 같아.    




엄마를 있는 힘껏 안는 너

“아파?”

“아니, 안 아파”

한 번 더 꽉

“아파?”

“엄마는 꽃사슴을 너무 사랑해서 아무리 아프게 해도 안 아파”    




다시, 뱃속으로 온 이야기를 나누며.

“꽃사슴은 하늘에서 천사였거든”

“아니야, 요리사였어”    


너무 단호하게 말하여

잠시 하늘나라의 존재에 대해

믿을 뻔




“엄마, 엄마도 똥이 똥꼬에 걸린 적 있어?”    


음...?



“꽃사슴 어떻게 만들었어?”

“아빠랑 엄마랑 사랑해서.”

“아니야, 찰흙으로 만들었잖아”

“푸핫, 누가 그래?”

“엄마가 그때 그랬잖아”

“엄마가? 그랬다고?”

“응, 꽃사슴을 찰흙으로 만들고 나서

진짜 꽃사슴이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해서

꽃사슴이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됐어“     


흠, 엄마도 꽤

괜찮은 작가군

(왜 피노키오가 생각나는 줄 모르겠지만)


꽃사슴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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