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언제부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때, 어떤 책을 만나게 될 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 만나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으리라...'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내 자신을 믿지 못하게 했던 '트라우마'
나의 가장 큰 트라우마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던 엄마의 영향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칭찬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오기 전 집 청소를 해놓아야 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엄마에게 칭찬을 들어본 적 없을 뿐만 아니라 퇴근한 엄마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미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먼지가 있다는 이유로 매를 맞았다. 공부로든 일상생활로든 늘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당하기도 일쑤였는데, 시험을 보고 반에서 1등을 하던 날엔 전교 1등을 했다는 옆집 아이와 비교를 당했고, 매일 청소를 했지만 "엄마 도와드릴 일 없어요?"라고 사근사근 물어본다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와 비교를 당했다. 엄마가 많이 힘들었던 날들에는 "너는 왜 태어나서 나를 힘들게 하니.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늦은 나이에 널 낳아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들이 내 귀와 가슴에 날아와 비수처럼 꽂혔다.
그 당시 많은 상처였던 것들이 상처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오다가 훗날 한꺼번에 와르르 터져버렸을 때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했던 것 기억하시느냐고. 엄마는 힘들었다고 했다. 살기 힘들어서 그랬다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미안하단 말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
돌아보니 트라우마로 인해 어느 집단에 속하건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내가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를 걱정하는 나를 보았다. 내가 태어난 이유를 증명하고자 하고 있는 일 다음에 늘 해야 할 일들을 목록으로 적어 내려갔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나를 몰아치는 조급함,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내 자신을 의심했던 마음들은 트라우마에서 기인된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면 아이를 들여다보며 "그랬구나."라는 말을 반복했다.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치유
트라우마가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한 것은 결혼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무엇을 하든 나를 믿어주는 남편, 어떤 일을 하든 "잘했다"라고 칭찬을 해주시는 시어머니를 가족으로 만나고 나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늘 부정적이던 엄마를 떠나 긍정의 말을 해주는 첫 엄마의 존재를 만났다. 잘했다라는 칭찬이 듣고 싶어 어떤 일이든 제일 먼저 시어머니에게 소식을 알리곤 했다.
결혼 후 늘 조급해하는 나와 달리 느긋한 성격과 어떤 일이든 자신은 잘 해낼 수 있다는 근자감(?)을 가진 남편을 볼 때 이상하게 약이 오른 적이 많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어주는 존재가 있는 건 그런 건가보다'라고 이해를 하게 되었다.
결혼해서 살아오면서 두 존재를 만나 상처를 치유해나가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다.
에고 VS 셀프, 싱클레어 그리고 데미안
몇 년 전부터 부에 관한 책과 강의들을 쫓아다녔다. 무슨 일을 하든 나의 발목을 잡는 자신감 부족은 어려서부터 따라다녔던 가난에서 시작되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돈을 벌게 되면 그래서 좀 더 가진 사람이 되면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이 생기고,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착각을 했다. 뚜렷한 목적이 없이 돈을 버는 방법을 쫒을수록 더 마음이 피폐해져 감을 느꼈다. 스토어가 내 마음대로 성장이 안되자 '그럼 그렇지..여기까지겠지..'라는 마음으로 나를 공격했고, 투자를 하나 해놓고, 다음 투자할 종자돈을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자 '나는 왜 이렇게 돈이 없지..'라는 마음이 나를 괴롭혔다. 내가 이루어내는 성과들로 나를 증명해내고 싶은 마음의 에고와 계속 힘들게 싸웠다.
다시 나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전에 만난 데미안들 덕분이었다. 스터디에서 만난 데미안 1호는 이제부터 '나를 인정해주기' 를 권했다. 내가 만들어낸 성공과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성공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라고 했다. 그동안 내가 해온 것들도 성공이라고, 성공을 외부에서만 찾으려 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데미안 1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그동안 내가 알던 세계가 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 속에서 만난 데미안 2호, 세상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쫒는 데미안 3호, 나와 같이 부단히 자신을 알아나가려고 노력하는 데미안 4호... 나는 나의 세계를 깨 준 데미안들을 만나 이제서야 셀프로 나아가고 있는 싱클레어다. 언젠가는 다른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되어 주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그동안 쓰기와 말하기가 항상 부담스러워서 "나는 왜 이렇게 쓰기, 말하기를 못하지"라고 자책만 했었는데, 듣기, 읽기를 잘하고 싶다는 내용에 용기를 얻었다. 듣기, 읽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 단단하지만 타인의 아픔에 말랑말랑한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저 내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고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리뷰를 쓰면서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