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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Sep 29. 2024

낙조가 아름다운, 목포는 항구다!

유달산을 중심으로 영산강과 바다가 만나 빚어낸!

 생전 처음 맞이하는 목포의 모습은 노을로 다가와 눈동자에 물들었다. 저녁 무렵에 도착한 유달 유원지는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는데, 한여름 저녁 휴가지의 느긋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목포대교에 걸려 하늘을 물들이는 낙조는 점점 아래로 붉게 퍼지며 하루의 안녕을 고하고, 한낮의 더위를 식히려는 듯 출렁이는 파도는 쏟아지는 노을을 온몸으로 받아 내며 천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석양의 진수를 보고 있자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 묵직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오래 기억하고픈 마음!  목포의 낙조는 너무나 황홀하였다.

 해넘이가 끝난 후 둘러본 유달 유원지 주변, 목포 초행길에 우연히 찾은 여기가 관광지와 휴식 공간으로 이름난 곳이라니, 거저 얻은 행운이 고맙기만 하다. 우리가 묵을 신안비치호텔에서 저기 끝에 보이는 목포해양대학교 사이의 이 해변, 그 사이에 들어선 목포 스카이워크, 바다를 훌쩍 뛰어넘은 목포대교와 그 너머 고하도의 용머리, 바다 위를 떠도는 각종 선박들!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와 목포 스카이워크가 밤늦도록 밝히는 불빛으로 찬란한 목포의 밤을 잊을 수가 없다.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해변에 우리도 자리를 잡고 여름밤의 열기를 즐겼다.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발목을 담그며 걷는 사람들, 바닷가 모래알을 밟으며 뛰노는 아이들, 해변의 조형물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는 사람들, 시원한 음료와 풍성한 대화로 정을 나누는 이들의 얼굴이 웃음으로 넘쳤다. 시원한 해물라면과 매콤한 곰장어 볶음이 일품인 기분 좋은 목포의 여름밤이었다.

 생각지 못한 행운은 늘 두세 배 이상의 기쁨을 안긴다. 우리가 묵은 호텔과 조식뷔페가 그랬다. 오래된 건물이라 별 기대 없이 투숙했는데 이부자리는 정갈하게 사각거려 뽀송한 밤을, 조식뷔페는 가격대비 너무나 괜찮아 건강한 아침을 선물 받은 듯했다. 먹고 자는 일이 수월하게 풀리니 여행이 훨씬 즐거워졌다. 나중에 목포 지인에게 들으니 예전에는 목포에서 부자들만 갔다는 고급 숙박 시설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주변 어디를 가도 이 호텔이 우뚝 서서 이곳의 위치와 방향을 가늠해 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니, 목포의 역사와 함께 한 대표 리조트임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여행 중, 사천에서 케이블카를 탔다고 목포의 해상케이블카를 패스했다면 많이 아쉬울 뻔했다. 지난밤, 어둠 속에서 행성처럼 우리 주변을 돌며 빛을 내던 목포 케이블카의 이끌림! 유달산을 경유하여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 국내 최장 거리(3.23km)의 케이블카는 목포 원도심과 다도해상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최고 높이(155m)를 자랑한다. 폭염 속 걱정이 앞섰는데 유달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마다 펼쳐지는 절경으로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게다가 많은 관광객이 몰렸음에도 일행별로 탑승하는 서비스를 받으니 감동이었다. 탑승 정원이 10인데도 우리 일행 2명만 탑승하는 호사를 누릴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 목포 인심에 깊이 감동할 수밖에!

 왕복 40 여 분 동안 케이블카 유람을 마쳤음에도 고하도의 산책길과 바닷길을 둘러보느라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 바다 건너 숙소에서도 눈에 띌 만큼 독특한 양식을 지닌 고하도 전망대, 이충무공을 기리기 위해 13척의 판옥선 모형을 격자로 지어 쌓아 올렸다 하니 그 의미가 더 새로웠다.

 산길과 계단을 20여 분 걸어 이곳까지 왔는데, 다시 1층에서 5층까지 계단을 타고 돌아 최상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니, 이미 마음은 더위와 싸우느라 지쳐 버렸다. 그러나 층층마다 볼거리와 목포를 빛낸 인물들에 관한 정보를 얻어 가며 간간히 바람 나오는 곳에서 땀을 식히니 어느새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왼쪽에는 목포대교와 용머리 해안이, 가운데는 유달산을 배경으로 한 유달 유원지가, 오른쪽에는 목포항과 선박들이 시원한 바다를 끼고 펼쳐졌다. 바닷길을 뚫은 듯 쭉 뻗은 해상테크길과 빨간 풍선을 매단 듯 종일 움직이는 케이블카가 잘 어울렸다. 어서 저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름 바닷가 산책길에 나섰다.

 고하도 해상테크길의 초입은 귀여운 암석으로 시작한다. '토끼와 소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위는 정말 앙증맞은 토끼와 목이 긴 소녀가 마주한 모습이다. 그리고 용머리까지 길게 이어진 바닷길, 잔도! 이 테크길이 없었다면 유람선을 타야만 가능했을 일인데, 기암절벽을 마음껏 구경하며 바닷바람을 쐴 수 있다니, 양산과 모자를 챙겨 강한 햇빛을 버틸 준비를 하며 나섰다. 멀리 솔 숲 사이로 보이는 고하도 전망대, 눈높이로 펼쳐진 유달산, 명량대첩 후 고하도에 머문 이순신을 기리는 동상, 용섬이라 불리는 고하도의 마스코트 마냥 비상하는 용머리상 옆에서 올려다본 목포대교! 우람한 교각들이 굉장한 바람을 일으키는 듯 시원하게 솟아 있었다.

 소나기까지 더해진 이 산책길이 더 좋았던 것은 테크길 양옆에 즐비한 시(詩) 덕분이었다. 목포의 삶을, 그들의 시절을, 바다의 마음을 그리는 느긋한 시간! 목포시(詩) 문학회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저녁 무렵 도착한 목포의 갓바위 앞에서 느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 목포 8경의 하나인 천연기념물인 갓바위는 해수와 담수, 풍화와 해식 작용이 세월을 통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삿갓을 쓴 사람의 형상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던 효자의 애틋한 사연까지 얹으니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전설이 탄생한 것이다. 갓바위로 가는 길, 남도의 사투리가 정겹게 들리고, 바다와 절벽에 반사된 노을빛이 눈부시다. 영산강변을 따라 설치한 해상보행교 위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크나큰 기쁨을 준다. 푸른 하늘, 흰구름만으로도 우리의 시름을 달래주고, 저들끼리 그저 어울렸을 뿐인데도 우리의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오늘 하루 종일 바라본 하늘, 바다, 유달산, 파도가 고맙기만 하다.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저절로 된 그대로의 현상'이란 자연(自然)의 뜻을 떠올리니 생각이 깊어진다.


 노령산맥의 끝자락인 유달산을 중심으로 영산강과 바다가 만나 빚어낸 아름다움 속에서 다양한 즐길 거리, 먹거리, 볼거리, 생각 거리가 가득한 목포를 잊을 수 없다.

목포는 항구다, 영산강 안개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이난영의 노래비)

9/29에 오마이뉴스 기사로 실린 글입니다.

https://omn.kr/2ac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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