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다. 3년 일하고 나온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몇 편에 걸쳐서 기나긴 회고씩이나 하나 싶기도 한데 그래도 그동안 몸소 배우고 느낀 것들을 스스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소심해서...) 특히,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와 마인드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고민이 많았기에. 나이만 먹었지 회사 생활이라곤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 갑자기 '중간 관리자' 역할까지 맡아야 했을 때 사실 그건 재앙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일해왔는지 돌아보며, 여러 시행착오를 '말도 안 되게' 겪으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한번 나열해본다. (미리 얘기해두지만, 너무 당연한 얘기들이어서 별로 영양가는 없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이 글감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얘기가 부지런함에 대한 얘기였다. 정말 중요하더라. 중요한 걸 알면서도 대부분은 피곤하고 바쁘고 정신없다는 이유로 부지런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 습관화되지 않으면 인간은 끝없이 늘어지기 마련이니까. 부지런함에 해당되는 것들이 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아침형 인간이나 생활 패턴이 이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물론 난 이것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다음 파트에서 얘기할 예정)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냥 몸에 배어 있는 부지런함이다. 할 일을 미루지 않고 빠르게 집중해서 업무를 '미리' 끝내는 습관이나 '미리' 아이디어를 이것저것 준비해서 다음 아이템을 준비한다거나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나 문제점들을 '미리' 파악하고 빠르게 수정한다거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에 대해서 빠르게 기획안이나 계획을 짜 본다거나, 나는 이 모든 일들이 철저하게 '부지런함'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부지런한 사람이 회사 생활에서 무조건 유리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그 이유로, 업무시간은 제한적이고 주어진 시간 내에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 놓인다.('경쟁'이라는 말이 싫어도 어쩔 수 없다. 직장은 당연히 그런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비슷한 업무를 하는 같은 팀 내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각자 소화해내는 업무의 차이(양과 질 둘 다)가 확연히 느껴진다. 물론, 일에 몰입하는 동안에는 대부분 그걸 모르지만. 나는 거기서부터 커리어의 사소한 차이가 생긴다는 걸 알았다. '별 거'가 꾸준히 쌓여서 개인의 성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연봉 협상을 할 때 각자가 내세울 중요한 무기가 된다. (솔직히 할 일 제 때 안 하고 주어진 업무만 하면서 '연봉이 오르지 않아요! 연봉이 너무 짜요!'라고 하는 건 정말 게으른 사고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연봉받는 만큼만 일하자'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진짜로 그 연봉만 오랫동안 받을 수도 있다.) 초반에 나는 이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주어진 업무를 하는데에 급급해서 넓고 긴 시야를 갖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퇴사할 즈음이 돼서야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스스로도 부지런함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지만,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회사의 여러 직원들을 보니 그 차이가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 분기별이든 특정 기간이든 인사 평가를 할 때 평가자(특히, 비교적 팀에서 거리가 먼 윗급 임원들보다 팀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팀장) 입장에서는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라도 반드시 반영된다고 본다. 사소한 자세, 혹은 태도가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기도 하니까. '부지런함'이라는 것은 어쩌면 제일 사소하면서도 제일 어려운 습관인 것 같다.
9 to 6든 10 to 7든 정해진 업무(출퇴근) 시간 속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업무를 하려면 적어도 개인의 생활 패턴도 그에 맞게 잘 맞춰야 한다는 게 내가 배운 점이다. 특히, 수면시간과 끼니, 그리고 아주 사소한 스트레칭 혹은 요가, 운동 따위들. 사람들은 생각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게 '지속 가능한 업무'를 하는데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모르는 것 같더라. 아니면 알더라도 그냥 무시하거나 방치하거나.
나는 오랫동안 파주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했다. 기나긴 출퇴근 시간이 주는 피로감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그 환경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일이란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우리 같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콘텐츠 제작자라면 더더군다나. 나는 한동안 방법을 고심하다가 절대 지각할 일이 없는 시간대로 생활 패턴(진짜 일찍 자고 진짜 일찍 일어나기)을 바꿔버렸다. (믿지 않겠지만 한때는 나도 꽤나 야행성 인간이었다...) 되도록이면 10~11시 사이에 잠들고 6시 전후로 깨어나는 패턴. 그 패턴을 꽤 오랫동안 지속했고 퇴사한 지금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찍 자는 것부터가 난관이더라.) 난 이 패턴이 꼭 긴 출퇴근 거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꽤 여러 장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선,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아침을 최대한 여유롭게 보내는 게 업무를 시작하기 전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었다. 늦잠 자서 허겁지겁 아침도 못 챙기고 부스스한 머리로 직장으로 뛰쳐나가는 거보다 뇌를 깨우고 최대한 여유롭게 하루의 업무를 미리 정리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물론, 이건 엄연히 혼자만의 착각이었지만) 그래서, 난 유연근무제가 좋았다.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서 업무를 시작하고 한 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때때로 팀 업무가 있었기에 야근도 있었지만 / 8 to 5도 가능하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 언제부턴가 나는 7~8시간을 자지 않으면 그다음 날에 바로 영향이 있었다. 오전에 머리가 돌지 않고, 점심시간 이후로 나른함이 배가 된다든지, 편집하다가 멍-해 진다든지,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던지. 나는 그런 악영향들이 생기는 게 너무 싫었다. 그건 분명 나 혼자 힘들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분명 팀에도 영향이 있는 문제였다. 개인의 업무 퀄리티는 팀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그래서, 자기 관리는 단순히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관리는 팀을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니까. 특히, 생산성 문제에 있어서 자기 관리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도 생각한다.
나는 적절한 멘탈관리가 좋은 건강 상태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멘탈 관리가 곧 스트레스 관리인 거니까. 스트레스가 많을 때 각자 탈 나는 현상이 꼭 있다. 나는 그게 보통 편두통이나 입병(구내염), 그리고 목감기, 심할 때는 불면증으로 나타났는데 그런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나는 잠시 한 발 물러나 어떤 부분에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아무리 병원을 자주 다니고 좋은 약을 먹어도 스트레스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면 아픈 현상엔 끝이 없으니까. '멘탈 관리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걸까', 는 평생의 숙제겠지만, 일단은 각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최소 3~4가지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사소한 차 마시기, 요가일지라도. 나는 아직도 수단을 3가지까지 찾지 못해서 여전히 찾는 중이다. 그런 수단들이 안정적일 때 멘탈도 한결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 테니.
또 하나, 때로는 될 대로 돼라, 식의 사고가 필요하기도 하더라. 이건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맘대로 해라, 가 아니라 너무 지나친 걱정과 두려움에 빠져서 현재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예컨대, 중요한 월말 보고나 브랜드 관계자 미팅이 예정되어 있을 때 나는 미래의 일정에 대한 두려움(걱정) 때문에 현재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서 혼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나의 두려움과 걱정의 크기에 비하면 대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일 없이, 평온하게 일정이 마무리됐고, 오히려 허무할 정도여서 나중에는 비슷한 일정들에 대한 걱정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스스로 차분하게 심호흡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할 거라면 더더욱.
멘탈관리가 가장 힘들었던 때는 자존감이 바닥을 칠 시기였다. 뭔가 되는 일도 없고 성과도 예상외로 너무 저조하고 내가 지금 팀장인데 이 팀에서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럴 때마다 쌓여있는 문제들과 나 자신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단순하게 보려고 노력했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찾아보면 결국엔 혼자 소설 쓰고 혼자 결론 내리는, 정말 좋지 못한 사고 과정을 거쳐서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든 경우가 많았다. 동료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원인과 결과를 혼자서 결론 내리는 건 정말로 위험한 일이다. 무의식적으로 생긴 오해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되돌릴 수 없는 크기로 커지기도 하니까. 긴밀하고도 세심한 소통은 역시 무조건 중요하다. 부족한 소통으로 인해서 전혀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 거대한 문제로 발전되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정작 해야 할 일들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팀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너무 화나고 씁쓸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때마다 허무감을 느꼈던 것 같다. 팀플은 이래서 어렵다는 걸 매번 실감했다.
일할 때의 마음가짐. 3년 내내 이것에 대해 고민했었다. 대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이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불평, 불만들이 항상 생긴다. 지나고 보니, 나는 그 상황을 정말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정말로 문제점이라서 불만이 생기는 건지, 아니면 일하기 싫어서, 혹은 귀찮고 피곤해서 생기는 핑곗거리인지. 이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더라. 물론, 정말로 회사의 문제, 팀의 문제점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완벽한 회사와 팀은 없다. 문제점들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서로 공유하고 어떡해서든 잘 해결 보려고 노력하는 조직이 존재할 뿐이다. (물론, 당연히 뻔히 보이는 문제점들을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 건 나쁜 조직이다. 문제점을 공유하는 걸 꺼리는 문화도. 너무 당연한 얘기) 사소한 불평 / 불만을 많이 가질수록 스스로 일할 의욕만 떨어진다. 정확히 그와 비례해서 팀과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것들을 말하게 되는 순간 팀 내 분위기도 매우 좋지 않게 되고 서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업무 능률만 떨어진다. 팀 내 분위기를 망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 '스크럼'이라는 문화가 왜 중요한 건지, '회고'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이 부분에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객관적이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과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감정적이기만 한 피드백 사이의 경계. 전혀 객관적이지 않고 마냥 부정적이기만 한 건 아닌지 스스로 되묻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회사 다니면서 가장 많이 했던 얘기 중 하나가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다. 왜 모든 회사에서 HR 업무가 중요한지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인사팀'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 이건 진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팀과 포지션을 설명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채용공고를 내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지원자의 생각과 의견, 취향들을 알아내기 위해 자소서 양식을 기획하고, 짧고도 긴 면접 시간을 통해서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동료를 찾기 위해 애쓰는 일련의 과정들은 정말로 고된 시간들이었다. 초반에 나는 이러한 과정들을 너무나도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그건 팀의 규모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팀이 초반일수록 합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했는데, 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너무 쉽게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 아쉬움이란 게 현재 팀원들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그냥 그 과정 자체를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다는 얘기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어떤 팀원이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팀의 분위기와 방향성이 결정되고 6개월, 1년 사이의 업무와 성과들이 그려지는데 나는 너무 좁은 시야와 기준 안에서 그저 제작에 능통한 사람만 뽑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경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 안에 어떤 업무를 주도적으로 해냈고 배웠는지, 개개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취향과 생각, 일하는 스타일(특히 협업), 소통하는 방식 등을 깊이 고려하며 기존의 팀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시간들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려면 그런 시각을 가지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심사할 수 있는 인사 담당 직원 혹은 임원이 있어야 한다. 채용을 진행할 때는 무조건 신중하고 세심하게 뽑아야 한다는 교훈. 채용 심사가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은 지원자들에게 희망고문이라 좋지 않지만, 여튼 회사와 팀 입장에서는 최대한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마땅한 지원자가 없다면 과감하게 뽑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 팀원을 잘못 뽑아놓으면 나중에 그 문제점들을 고치려 해도 정말로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팀장 머리 터지고 팀원 속 터지고 위에서는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상황)
믿을 수 있는 팀원이 있다는 건 정말로 복 받은 일이다. 내 경험과 주위에 들은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팀원을 잘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드문 일인 것 같다. 서로 믿을 수 있는 팀원을 영입하는 게 가장 큰 회사의 복지인 셈이다. 이건 진짜다. 진짜. 진리. 제1원칙. 좋은 팀원 한 명이 내 인생의 퀄리티를 좌지우지한다. 진짜로. 업무가 힘들고 지칠 때 믿을 건 팀원 밖에 없다. 좋은 팀원 때문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기도 하니까.
또 하나, 퇴사 전 마지막으로 채용을 준비하면서 이십세들 처음으로 온보딩 과정에 신경 썼다. 너무 서툴고 보잘것없지만 노션으로 온보딩 가이드를 만들었고, 관련 레퍼런스들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1~4주 차 계획을 세우고 각종 업무 가이드들을 공유했다. 무엇보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고 그것들을 보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적어도, 신입이라는 이유로 업무에 배제되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최소화하고 싶었다.(물론, 그 가이드가 효과적이었는지 피드백을 채 듣기 전에 퇴사해서 온보딩 결과는 잘 모르겠다..ㅎㅎ) 신입에게 상세한 업무 가이드를 주고 주기적으로 팀장과의 면담을 통해서 업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신입을 방치하는 회사가 꽤 많다고 들었는데 다음 회사는 부디 온보딩 과정이 체계적이었으면 좋겠고...ㅎㅎ (조직문화 / 소통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아서 다음 편에서 자세히 정리해보기로...)
사실, 3년 동안의 나는 정말로 애매한 팀장이자 직원, 그리고 PD였던 것 같다. 가끔은 나 스스로 PD라고 말할 수 있는지 회의감을 가졌던 적이 많다. 그만큼의 기획력과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동시에, 중간 관리자이자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아쉬움. 결국엔, 어떤 포지션 혹은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자책도 많이 했었다. 단순히, 모든 걸 채널 구독자나 수치로만 평가하기엔 제작자들이 해야 할 업무는 다양했고 또 스타트업이 아닌데 스타트업처럼 사고하고 일해야 하는 과정들이 정말로 어려웠다. 그리고, 한동안은 난 그냥 회사라는 거대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게 버겁고 소통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대로 일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해야하나 고민을 한적도 있다. (물론, 그 고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많이 배우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더욱더 똑똑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져야 한다는 게 내 목표이자 이상적인 지향점. 이다음에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고, 또 어떤 장르의 영상, 혹은 콘텐츠를 만들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넓은 시야를 가지고 내가 정말로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건 있다. 단순히 유튜브와 모바일 콘텐츠에 핏한 그런 기획 말고. 그래서, 퇴사한 직후부터 계속 내가 하고 싶은 얘깃거리들을 찾고 있다. 여전히 하나도 떠오르지 않지만. (아. 어제 지인과 얘기하다가 팟캐스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건 진짜로 해보고 싶다.)
여튼, 지난 3년의 나는 정말 많이 배우고 발전했지만 여전히 경력과 나이에 비해 많이 부족한 사람. 그게 이 글의 결론. 그동안 배운 것들을 다음 스텝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