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레이엄은 창업자이자 프로그래머, 투자자,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주요 인물입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겸 시드 투자 회사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를 공동 창립자기도 하고요. 그가 불경기 창업에 관해 이런 말을 했어요.
“창업은 언제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하느냐로 정의해야 합니다. 훌륭한 창업자라면 불경기든 아니든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좋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창업자가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폴 그레이엄(Paul Graham)
그야말로 폐부를 찌르는 이야기인데요. 폴 그레이엄의 말대로 불경기에 창업해서 성장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기업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숙박 공유 서비스로, 2008년 금융 위기 시기 창업했습니다.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불경기로 일자리를 잃은 뒤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됐는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월세를 내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마침 2007년 10월에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려서 근처 호텔 숙박 수요가 늘어났어요. 이때 브라이언과 조는 숙박할 곳을 못 찾은 컨퍼런스 참석자들에게 자신들의 집을 내어주고 아침에 시리얼조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번뜩 떠올렸습니다. 이것이 소위 대박을 쳐서 에어비앤비의 모태가 되었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지니어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Nathan Blecharczyk)도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2024년 2분기 기준 매출 27억 5천만 달러(약 3조 6천억 원)를 올리고, 500만 명 이상의 호스트를 보유하며, 누적 게스트 15억 명 이상을 유치하는 숙박 서비스가 됐습니다.
미국이 냉전과 불황으로 침체되어 있던 1953년, 버거킹이 문을 열었습니다. 키스 J. 크레이머(Keith J. Kramer)와 매튜 번스Matthew Burns)는 요식업 분야에서 뭔가 다른 것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보고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 패스트푸드 식당 ‘인스타 버거킹(Insta-Burger King)’을 오픈했어요. 식당 이름은 창업자들이 사용한 그릴 기계 ‘인스타 브로일러(insta-broiler)’에서 따왔습니다.
그러나 1959년 본사는 경영난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때를 틈타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프랜차이즈 점주였던 제임스 맥라모어(James McLamore)와 데이비드 R. 에저튼(David R. Edgerton)이 본사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들은 이름을 ‘버거킹’으로 확정하고 ‘플레임 브로일러(flame-broiler)’라는 가스 그릴을 사용하며 구조조정을 통해 과거 경영진의 흔적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8년 동안 독립 법인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미국 내 250개 이상 매장으로 확장했습니다.
케이블뉴스네트워크(Cable News Network, CNN)은 CNN은 미국의 케이블 및 위성 텔레비전 채널로, 1980년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Turner Broadcasting System)에서 개국했습니다. 당시 CNN은 세계 최초의 24시간 생중계 뉴스 네트워크였습니다.
미디어 통계 분석 업체인 닐슨(Nielsen)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CNN은 미국에서 8,974,000 가구의 텔레비전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요. CNN International을 통해 212개국 이상의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전통 미디어 중 한 곳이라고 볼 수 있죠.
데니스는 버거킹과 마찬가지로 1953년 불황 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해럴드 버틀러(Harold Butler)와 리차드 제자크(Richard Jezak)가 캘리포니아 레이크우드에서 대니스 도넛(Danny’s Donuts)이라는 커피숍을 시작했고 이것이 데니스의 전신이 됐습니다. 이후 1963년 프랜차이즈를 시작해 지금까지 식당으로서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맹점이 고속도로 출구, 바, 서비스 구역 근처에 있고요.
데니스는 1981년까지 미국 50개 주에 1,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열었고 1994년에는 국가 자선 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의 가장 큰 기업 스폰서가 됐습니다. 2024년 6월 기준, 데니스는 1,603개의 식당을 열었고요. 그 중 1,528개는 프랜차이즈 및 라이선스, 75개는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는 미국 대공황 직후, 여전히 불황의 여파가 남아있던 1923년 칸사스시티(Kansas City)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한번의 창업 실패를 맛본 뒤, 동생 로이 디즈니(Roy Disney)와 함께 캘리포니아 삼촌 집 차고 한 켠에서 디즈니 스튜디오를 열었습니다.
1923년 10월, 그는 역사적인 첫 번째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이후 헐리우드로 진출해서 단편 아동용 만화로 승승장구했고 디즈니 오리지널 만화와 장편 영화 역시 큰 성공을 거두어서 지금은 2024년 3분기 기준 230억 2천만 달러(약 30조 5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었습니다.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EA)는 세계적 규모의 게임 개발 및 유통업체로, 1982년 불황 때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에너지 위기로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긴축 통화 정책을 폈기 때문에 1982년의 경기 침체가 발생한 것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립 호킨스(Trip Hawkins) EA 창업자는 애플의 전략 및 마케팅 디렉터 자리를 뒤로 하고 퇴사했어요. 게임에 미래가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는 EA의 전신인 ‘어메이징 소프트웨어(Amazin’ Software)’를 설립했고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EA는 초기 홈 컴퓨터 게임 산업의 선구자로서 게임을 담당하는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를 ‘소프트웨어 아티스트’로 홍보했고 이름도 EA로 변경했어요. 이 회사는 빠르게 성장해서 직원 10,000명과 연간 매출 50억 달러가 넘는 거대 기업으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EA는 심즈(The Sims), 드래곤에이지(Dragon Age) 등 기존 프랜차이즈 게임들과 EA스포츠 타이틀인 FC, FIFA, Madden NFL, NBA Live, NHL, PGA, UFC를 개발하고 퍼블리싱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EA는 다이스(DICE), 모티브 스튜디오(Motive Studio), 바이오웨어(BioWare), 레스폰 엔터테인먼트(Respawn Entertainment)와 같은 주요 게임 스튜디오도 소유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는 자동차 렌털 회사로, 1957년 통화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시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창업자 잭 테일러(Jack Taylor)는 미국 세인트루이스(St. Louis)라는 도시에서 캐딜락(Cadillac) 판매업자로 일하면서 자동차 대여업 분야의 기회를 봤습니다. 처음에는 ‘이그제큐티브 리징 컴퍼니(Executive Leasing Company)’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요. 잭 테일러는 1969년에, 2차 세계대전 중 조종했던 항공모함 U.S.S. 엔터프라이즈(U.S.S. Enterprise)의 이름을 따서 ‘Enterprise’로 바꾸었습니다.
현재 엔터프라이즈 홀딩스(Enterprise Holdings)가 회사명이고 엔터프라이즈는 대표 브랜드로서 알라모렌터카(Alamo Rent-a-Car)와 내셔널 카 렌털(National Car Rental)을 포함한 다른 회사도 소유했습니다. 9천 개가 넘는 ‘홈 시티’ 지점과 230개가 넘는 공항 지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금은 상업용 차량, 중고차 판매, 상업용 트럭 렌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GM)는 1908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설립됐습니다. 당시 미국은 심각한 통화 위축 상황으로 대공황을 겪고 있었는데요. 창업자 빌리 듀란트(Billy Durant)는 원래 마차를 만들어 거부가 되었는데 어느 순간 미국에 253곳의 자동차 제조사가 생기는 현상을 포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듀란트는 하나의 기업을 설립해 여러 브랜드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살아남고자 했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운영 전략으로 보이지만 당시에는 차별화이기도 했으니까요. 현재 GM은 8개국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며 쉐보레, GMC, 캐딜락, 뷰익의 네 가지 자동차 브랜드를 소유, 제조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핵심 브랜드 외에도 GM은 배달 차량 제조 업체, 미국 군용 차량, 금융 대출 서비스, 차량 안전 및 보안 서비스 제공 업체, 자동차 부품 회사, 자율주행 자동차 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24년 현재 포춘(Fortune) 500에 포함된 미국 기업 중 총 매출 25위, 포춘 글로벌(Fortune Global) 500에서는 50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뒤 기업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재고를 쌓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마커스 골드만(Marcus Goldman)은 영세업자들 사이에서 금융업을 하면 성공하겠다는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1869년 뉴욕의 사무실 한 칸으로 골드만삭스를 설립했죠.
마커스의 기업가적 재능은 골드만삭스가 초기부터 크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는 구멍가게 하나를 차렸고, 약속어음을 사고 파는 소규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상인들과의 강력한 관계 덕분에 그는 상인들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소액 차용인과 기관 대출자 사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첫 해부터 그는 단독으로 500만 달러 이상의 상업 수표를 거래했고요. 1890년까지 그의 회사는 연간 3,000만 달러의 수표를 판매했습니다(2023년 가치로 약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현재 골드만삭스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투자 은행이며, 총 매출 기준으로 포춘 500(Fortune 500)에서 가장 큰 미국 기업 55위를 차지했습니다. 금융 안정 위원회는 골드만삭스를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중요한 금융 기관 중 한 곳으로 보고 있습니다.
밀튼 허쉬(Milton Hershey)는 1894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콜럼버스 박람회에서 독일산 초콜릿 가공 기계를 마주한 후, 거기에 매료돼 초콜릿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패닉이었습니다. 레딩 철도의 실패와 유럽 투자의 철수로 주식 시장과 은행이 붕괴됐고 실업률은 18% 이상에 육박했던 것으로 추산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밀튼 허쉬 개인적으로도 앞서 2차례나 사업에 실패한 뒤였습니다.
그럼에도 밀튼 허쉬는 끝없는 호기심을 무기 삼아 창업가 정신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기존에 설립했던 카라멜 회사를 100만 달러(약 13억 원)에 매각했고 그 돈으로 초콜릿 제조에 매진했습니다. 이후 상징적인 갈색과 은색 포장지로 대표되는 허쉬의 초콜릿 바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에게는 키세스 초콜릿으로도 유명하죠. 현재 허쉬컴퍼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초콜릿 제조업체 중 하나이며 2023년 기준 110억 2천만 달러(약 14조 6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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