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사실 대형 유통사의 몸짓 불리기
노출 지속 시간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카카오엠 유통 음원은 24시간씩 노출하고 다른 유통사 음원은 6~18시간만 노출하는 식이다. 예컨대 11월 12일 오후 6시 첫 3곡에는 카카오엠이 유통한 박혜원·세븐어클락 노래와 스톤뮤직이 유통한 네이처 노래가 노출됐는데, 이튿날 낮 12시 박혜원과 세븐어클락 노래는 그대로인 채 네이처의 노래만 다날이 유통한 솔비 노래로 교체됐다. 이후 같은 날 오후 6시 3곡 모두가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박혜원과 세븐어클락 노래는 24시간 노출된 데 견줘 네이처 노래는 18시간, 솔비 노래는 6시간만 노출된 셈이다.
- 한겨레 <멜론, 최신곡을 소개합니다…‘우리 거’ 위주로> 2019.12.30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언젠가 또 터질지 모르는 뇌관, 사재기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이전 글에도 남겼지만 전직 기자 과 현직 콘텐츠 기획, 상반된 일을 산업에서 직접 몸담고 있기에 볼 수 있는 시선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위의 인용한 기사를 보면, 대형 유통사는 자사 콘텐츠를 밀어주기 바쁘다. 그렇기에 차트가 존재하고 파려는 음악을 작위적으로 노출시킨다. 즉, 유통 플랫폼에서 차트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차트는 유통 플랫폼의 차트일 뿐이지 한 음악계의 차트라고 볼 수 없다. 비유하자면 이마트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을 입구에 적어놓고 그것들을 소비자가 신나게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실시간 차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차트다. 쓸데없는 경쟁을 부추기는 장치일 뿐. 결국 그 실시간 차트 때문에 이런 사재기도 발생한 거다. 최근에 실시간 차트가 없어지긴 했지만 일간 차트라는 것이 생겼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당연히 아니다.
당장에 보이는 성과가 실시간 차트로 드러난다면 그걸 없애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실시간 차트가 대한민국 가요계의 차트를 대변할 순 없다. 공신력과 공정성이 있는 빌보드라면 모를까(빌보드는 라디오, 방송, 음반, 음원 등 모든 걸 집계한다. 적어도 유통사 채널은 아니다.) 그리고 대중이 음원을 소비하면 그 수익의 절반 이상이 유통사로 간다. 6대 4라고 많은 언론과 제작사들이 밝혔고, 사실이다. 과연 이게 맞는 논리인가 싶기도 하다.
창작자들이 열심히 만들어서 유통사에 바치는 꼴이다. 왜 가요계가 이렇게 변했을까. 거기엔 플레이어들의 현명함 부재도 있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유통사 또는 유통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해주고 그 권리마저도 못 지켰으니까. 기형적인 구조의 대한민국 가요계다. 또한,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곳에서 음원을 발표하기도 한다. 이는 어떤 이야기일까. 즉 음원 플랫폼이 자사 음원의 유통 역할까지 한다는 얘기다. 자사 음원이 잘 팔리도록 자기 플랫폼에 많은 노출을 할 것이고, 결국 이 음원이 팔리면 이 또한 그들의 수익이 될 것이다.
짚으면 짚을수록 문제는 많다. 산업 전반적으로 대수술이 필요하다. 당장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플레이어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소비자들도 공정 거래에 맞는 소비를(듣는 귀의 질적 향상) 해야 한다. 유통 플랫폼은 결국 사기업이다. 그들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건 플레이어와 소비자다. 근데 유통 플랫폼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멜론'을 통해서 차트를 소비할 테니까.
언론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재기가 핵심이 아니다. 왜 사재기가 생겼는지, 왜 차트에 집착하는 가요계가 된 건지 파헤칠 필요가 있다. 눈앞의 당장의 논란은 그저 시간이 지나면 묻힐 이야기다. 그리고 같은 논란이 반복되면 피로를 불러올 거다. 그리고 잊힐 거다. 패턴은 항상 같다. 이번 사재기 논란으로 생성된 기사들 대부분을 봤는데 유통 플랫폼을 저격한 기사는 없더라. 가끔은 가요 산업이 얼마나 작길래 이토록 휘둘릴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대중 입장으로 유통 플랫폼(대형 포털)이 픽한 음악은 이제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