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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a Dec 30. 2023

싱가포르의 첫인상

용광로_이곳은 균일 혼합로일까? 불균일 혼합로일까?

싱가포르에 도착하기 전 한국에서는 폭설 때문에 고생했더라니

창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훅하고 덮쳐오는 한증막 포스의 열기에 깜짝 놀란다.

그래그래, 내가 사는 곳이 전부가 아니고 조금만 시선을 옮겨도 이렇게 달랐었지 하고 다시 느낀다.


처음 친구들과 이곳 싱가포르를 여행지로 정하기 전까지 싱가포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졌었다. 나에게는 그저 법이 엄격하고 좀 깨끗한 나라의 이미지 정도였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만큼 이런저런 책들도 많이 찾아 읽고,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정말 흥미로운 나라라고 느껴졌다.


싱가포르는 리커창 총리의 논란이 많은 독재 정치 이후 급격하게 발전한 동남아시아의 나라이다.

작은 나라이다 보니 국토의 대부분이 농업이나 생산 활동보다는 관광, 무역, 경제 분야로 발달이 되어 있어 거의 모든 곳이 도심이다. 보통은 공항에서 내려서 이동하는 동안 주변이 논밭인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는 공항에서부터 도심까지 들어오는 길마저 올림픽대로 같은 느낌으로 여전히 도심 속 같다.


리커창 총리는 말레이시아보다 못살던 싱가포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첫 번째 가치를 청렴으로 잡았다.

측근, 가족까지도 뇌물 등에 연루되면 가차 없이 척결했다. 강력한 법치주의의 기반을 세운 사람으로 나는 생각한다. 강력한 법치주의 국가에서 엄격한 벌을 시행하다 보니, 여전히 태형이 존재하고 끔찍할 만큼 고통스럽다고 한다. 태형은 사람이 때리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채찍질을 하는 시스템인데 한 대만 맞아도 볼기짝의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간다. 기절하면 치료하고 다시 맞아야 한다. 이런 벌은 성추행 등에도 적용되는데 우리나라의 형벌과 비교하면 매우 엄격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엄격하다 보니, 스스로 절대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을 것임을 아는 본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안심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흔하지 않게 인종의 용광로 소리를 듣는 나라이다.

중국인이 대다수이고, 말레이인이나 인도인들이 있고, 베트남 사람들도 보인다.

이런 다인종 국가이다 보니 갈등을 만들지 않고 화합하기 위해 교육할 때 '싱가포리언'을 강조하여

인종을 나누지 않고 자신들이 하나임을 인식시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중국계이며 인종 간의 빈부격차는 큰 편이다.

차를 타고 도심을 지나가다가 돼지를 싣는 것처럼 생긴 트럭에 말레이사람들로 보이는 인부 수십 명이

트럭 뒤에 아무런 천막조차 없이 앉아서 가는 모습을 보았다. 화려하고 발전된 도시에서 만난 검은 곳이 이 도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싱가포르에는 최저시급도 없고, 복지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부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살기 좋은 도시,

그러나 빈자들에게는 너무도 냉정한 도시였다. 이런 인종간 빈부격차로 인해 파업이나 시위도 잦은 편이지만

강력한 정치 체제 아래에서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가진 싱가포리안이라는 용광로는 아직 균일해지기에는 충분히 뜨겁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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