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따라 노래를 부르며
"거길 걸어간다고?"
날씨도 좋고, 할 일은 없고, 무작정 걷고 싶어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더니 인포메이션 센터의 직원이 당황하여 물었다. 직원이 알려준 곳들 중 가장 먼 곳에 '반 고흐 다리'가 있었다. 센터의 다른 직원들에게 '걸어가 본 사람이 있냐, 얼마나 걸리는지 아느냐'등 물으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이 알려준 대답은 '아마 1시간?'. 도보 가능한 길이 있고, 어쨌든 걸어서 갈 수는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왔다.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들의 응원을 한껏 받으며.
여행을 오래 하게 되며 인포메이션 센터는 자주 찾게 되는 곳이자 꽤 유용한 곳이었다. 정보뿐 아니라 친절한 현지인을 만나는 가장 안전한 곳이자, 때론 알려진 정보와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곳이었다. 특히 몇 년 전에는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드물게 만나던 유럽의 소도시들에서는 꼭 찾아가고는 했다.
느닷없이 아를의 시골(?) 길을 걷게 되었다. 아를은 반 고흐의 도시 또는 로마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프랑스 소도시로만 알고 있었다. 걸어가는 길에는 유독 큰 나무들이 많았다. 외국의 많은 곳들이 그러한 듯했다. 게다가 유럽의 봄과 여름은 햇빛이 눈부신만큼 나무가 푸르렀다. 그래거 걷기 좋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이정표도 점점 사라지고,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데이터가 되지 않는 휴대폰으로는 지도조차 보기 힘들었다.
큰 나무 옆의 나무 벤치에 한 할아버지가 고양이와 같이 앉아 계셨다. 프랑스 할아버지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나의 불어 실력은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배운 단어 몇 개를 나열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pont van gogh?”
반 고흐는 그냥 반 고흐일 뿐이고, pont이 다리여서 단순하게 반 고흐 다리를 직역해서 물었다. 할아버지는 친절하게 불어로 길고 긴 대답을 해주셨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래서 이 길이 맞나요?'라는 손짓과 미소뿐이었다. 반 고흐로 시작해 손짓 발짓으로 이어진 대화(?)는 눈치로 끝났다.
할아버지의 말은 나에게 노래와 같았다. 제대로 하는 외국어가 하나도 없는 나는 모든 외국 사람들이 노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나에게 길고 긴 노래를 해준 할아버지는 그렇게 벤치에 앉아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큰 나무들을 따라 나는 계속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