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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ee Feb 11. 2019

도쿄의 곰돌이 라떼

엄마와 함께 한 여행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게다가 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친근함이나 알고 지낸 세월과 비례하지 않는다. 관심사부터 성향, 생활패턴까지 평소엔 별거 아닌 것들이 별 것이 되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엄마와 딸의 여행이 유행처럼 시작될 무렵, 엄마는 나에게 두 번째 여행을 제안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작정 따라오겠다고 했다. 성인이 되면서 따로 살아온 엄마와 나의 여행은 순탄치 않았다. 엄마나 나나 나름 여행경력이 꽤 되었지만, 엄마의 가이드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엄마는 전형적인 패키지족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 먹고, 유명하다는 곳을 가야 하고, 하루하루의 계획이 필요했다. 엄마의 여행은 제 때에 식사를 하고, 관광지의 정보를 알려주는 베테랑 가이드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반면 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생활패턴에 , 아침에 눈을 뜨면 그날 뭘 할지 생각하고, 목적지를 가다가도 다른 곳으로 새기 일쑤인, 엄마의 말대로라면 제멋대로 사는 게으름뱅이 즈음될 것이다.

 고작 며칠이지만 여행지에서의 생활패턴은 이러했다.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한시간여즘 시간을 보내고 나를 깨웠다. 그마저도 나에겐 새벽인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전날 밤에 엄마가 잠 들고나서 내가 벼락치기로 세운 계획을 따라 움직였다. 식사시간을 맞춰 밥을 먹는 것이 좀 힘들었는데 서울이 그러하듯 도쿄의 유명하다는 곳은 웨이팅을 하는 줄이 꽤 길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두세 개의 식당을 더 알아두어야 했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많이 걷다 보니 엄마는 종종 휴식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카페인 보충을 위해, 엄마는 쉬어가기 위해 낮엔 한두 군데의 카페를 갔다. 엄마와의 여행은 밤이 일찍 찾아왔고, 이른 하루 마무리를 했다.

 평소에도 엄마와 딸은 사소한 말다툼을 많이 한다. 따로 살다 보면 더더욱 그렇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나는 평소에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엄마는 나를 잘 몰랐고, 나도 엄마를 잘 모를 것이다. 다양한 상황과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시간에 맞닥뜨리니 사소한 것들이 많아졌다. 

 ‘나도 이제 서른이 넘었으니 엄마한테 잘해야지’ 하며 참는다고 하는데도 막판에 짜증을 냈고, 결국 엄마를 호텔에 두고 혼자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렇게 도쿄의 세 번째 밤에 처음으로 혼자 발에 나왔다. 평소 카페 덕후를 자처하며 온갖 카페를 섭렵하던 나는 아시아에서는 도쿄에만 있다는 라떼가 유명한 카페에 갔다. 한 모금씩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제야 비로소 진정 내가 원하던 곳에 갔다며 희열이 있었다.

 커피를 잘 못 마시는 엄마는 보통 라떼류를 주문했다. 어느 날은 라떼아트가 되어있는 커피를 보며 마시기 아깝다며 사진을 몇 장이나 찍고도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사라져 가는 곰돌이를 보며 아쉬워했다. 밖에서 사 먹는 밥에 익숙하고,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던 나와 달리 엄마에게는 많은 것이 더 즐거웠을 것이다. 무엇을 먹는지 보다 ‘남이 해주는 밥’ 그 자체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엄마, 전날 먹었던 다코야키 사갈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커피 한잔에 나의 피로도, 마음도 정리가 되었다. 서둘러 다코야키 가게에 들러 포장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다음날은 또 어딜 가야 할까라는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Tokyo, Japan. 2016
Tokyo, Japa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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