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오래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
나는 취미가 일이나 가족처럼 나의 삶을 채워주는 하나의 소중한 영역이 되기를 꿈꾼다.
이런 마음으로 첼로를 시작한 지도 벌써 11개월이 지났다.
11개월 차에 접어드니 간단한 곡은 연주해 낼 수 있게 되었지만, 계속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생기고 있다.
뭔가를 빠르게 배우고 성취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취미로 오래 즐기고 싶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이다.
#1 잘하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되 잘 다룰 것
점점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물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인정할만하다.
하지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끔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향하는 순간 마음이 어려워진다.
그때마다 '나는 첼로를 왜 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는 일상과 다른 종류의 배움을 몸과 마음으로 천천히 익혀가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그리고 느리지만 ‘음악’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첼로를 연주한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더 빨리 잘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그것은 첼로를 배우고 연주하는 목적이나 목표가 아니다.
#2 나의 한계를 규정하지 말 것
첼로 레슨을 받다 보면 선생님이 어느 순간 나를 어떤 유형으로 판단하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유형 판단은 진단에 유용하지만 자칫 과하게 사용되면 나를 가둬버리는 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모범생 유형’으로 판단되어서, 주어진 것을 착실히 해내지만 음악을 몸으로 느끼는데 어려운 유형으로 여겨지곤 하는데, 그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현재의 나를 진단하는 용도로는 활용하되, 나의 한계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3 나의 시간을 우선으로 할 것
처음 첼로를 시작했을 때 계속하는 힘이 부족할까 봐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나에게 가장 쉬웠다.
루틴이라는 것은 환경과 구조인만큼 그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의 경우 가족들의 노력이 대단하다.
우리 가족은(나의 어린아이를 포함하여) 나의 리추얼 시간을 꽤나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토요일만큼은 내 시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고, 덕분에 나는 토요일을 나를 위해 쓸 수 있다.
남편이 아이를 봐주지 못하는 상황에는 내가 아이와 같이 운동을 하거나 첼로 레슨에 가기도 한다.
나의 시간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4 계속하는 것에 가치를 둘 것
처음 첼로를 시작할 때 느리지만 서서히 느끼면서 배워간다는 것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아웃풋’이 나오는 시기도 길게 보았고 언젠가 결과가 나오리라는 믿음도 무난하게 가지고 있다.
결과보다는 계속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 아무 생각과 기대 없이 길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취미 중에서도 음악이야 말로 기를 써도 안 되는 것이 어느 순간 잘되는 마법의 힘이 가득한 영역이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그 마법에 집중하며 나아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