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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Sep 22. 2024

그런 생각은 하면 안 된다는 마음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상황인데, 너 참 이기적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일, 관계, 취미 활동.. 모두 내 기준에서는 만족스럽고 더할 나위 없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힘든 일은 있고, 힘든 일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배우고 성장하게 하니까.


그래도 가끔은 나름대로 마음이 힘들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가 있다.

회사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합리적인 이유를 대기 쉽기 때문에 소리 내어 말할 수 있지만,

관계나 내 상황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냥 나의 선호나 상황, 컨디션에 따라서 나오는 것이니까.

그러다 보니 합리적인 이유를 찾지 못할 때에는 내 마음 중 하나의 목소리가 커진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상황인데, 너 참 이기적이다.'


그러면 나는 괴로워진다.

내 마음과 싸우느라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지럽다.


글을 쓰다 보니 '이기적이다'라는 말에 마음이 반응한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 엄마한테 이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아마 3남매의 첫째(feat. K-장녀)로서 지켜야 할 기준이 엄격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내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힘들어했는데, 

외부의 피드백에 귀 기울여보니 나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부분은 오히려 내가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그때 어쩌면 내가 허상의 프레임과 싸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알게 되었을 때 그 프레임을 벗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 안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한 번에 뿌리 뽑긴 어렵겠지만, 천천히 마주하고 보내주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오은영 박사님의 책을 보는데(예: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아이한테도 그렇지만 내 안의 마음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다.


"그런 마음이 들 만큼 많이 힘들었구나."

"집단 안에는 정말 너랑 안 맞고 좋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해.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그 사람의 기준에 너무 좌우되진 마라."


마침 최근에 '나 알기'를 주제로 하는 트레바리에 참여하고 있는데,

파트너님이 내 안의 많은 마음들이 있고 내가 싫어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이 다양하게 있으며

그 마음들을 마주하고 알아가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셨었다.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는 걸 보니, 내가 내 안의 마음들을 마주할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를 마주하고 인정한다는 게 뭐지?' 싶었는데, 글을 써 내려가면서 약간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처럼 내 마음을 발견할 때마다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내 마음을 꺼내서 뜯어보고 마주하고 인정하며,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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