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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vemeseop Jun 21. 2021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레고의 철학과차라투스트라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학을 다닐 때 여러 프로젝트를 하며 정말 많이 고민했던 문제이다.

자료를 찾아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인 흐름까지는 많은 시간을 들여 어느 정도 완성했지만,

최종 전략을 구상하는 데 있어 번뜩이는 크리에이티브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앞에서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는 플로우를 만들어봤자

임팩트 있는 전략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멋진 문제 분석을 곁들인 용두사미 기획서가 나오게 된다.


나는 창의력이 번뜩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저 책을 많이 읽으면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라는 미신 같은 소문을 주워듣고,

거의 200권가량의 책을 대학시절 동안 읽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책을 많이 읽은 돌머리가 되었다...;


물론 책을 많이 읽은 덕에 과거보다는 더 다양한 소스와 지식을 통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지만,

그저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는 것이지 전구가 번쩍하는 경험은 얻기 어려웠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본 영화에서 창의력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레고 무비(2014)이다.


레고 무비는 레고를 스톱모션으로 촬영한 마케팅 영화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지만, 

성인들에게도 많은 팬층이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스포일러)


레고의 세계를 지배하는 로드 비즈니스는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는 세계를 맘대로 수정하는 사람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비트루비우스로부터 마침내 레고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병기를 손에 넣은 로드 비즈니스는, 그 힘으로 레고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 주인공이 로드 비즈니스를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레고 밖의 세상으로 떨어지면서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 


주인공이 사는 브릭스버그를 비롯한 이야기 내내 나온 레고 세상은 사실 한 아이의 아빠의 거대한 컬렉션이었고, 주인공의 이야기는 아들이 아빠의 레고를 가지고 놀면서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로드 비즈니스는 완벽한 컬렉션을 좋아하는 아버지였고, 최종 병기는 레고들을 고정할 수 있는 접착제였다.


전투가 길어지고 로드 비즈니스의 군대가 저항군을 무력화시키는 장면과 아버지가 아이가 가지고 논 레고들을 정리하는 장면을 대비하며 보여주지만, 아들이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 레고를 가지고 노는 즐거움을 다시 깨달은 아버지가 아들과 화해하고 주인공과 로드 비즈니스도 화해하며 세상에 평화가 찾아온다.


앞서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올까?라는 질문에 

레고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을 한다. 

'놀이'라고 

레고는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며 그 설명서도 함께 제공하지만, 이와 동시에 레고 창작가들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여러 사이트에 개인들이 창작한 레고와 설명서가 올라와 있으며 창작물 중 1만 명 이상의 서포트를 받으면 레고 본사의 심사를 받고 제품화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설명서대로 만들면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설명서 없이 만들면 조금 부족하지만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어른들은 어디에서건 정답을 찾는다.

세상을 살아오며 항상 평가를 받아오던 어른들에겐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가이드라인이 있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기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맞춰 나의 답을 구성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모든 것이 놀이이다.

정답을 맞힐 필요도, 생각도 없다.

그저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을 만들고 조립해 내가 즐거울 수 있는 놀이의 결과물을 만든다.


이것이 정답을 '찾아내는' 어른과 놀이로 '만들어내는' 아이의 차이이다. 

사실 창의력이고 크리에이티브고 말 그대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데,

어딘가에 있을 창의력을 찾으려 한다니 말이 안 된다.


니체 역시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를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낙타 →사자→아이

인간의 정신은 세 가지 차원으로 변화한다. 


첫 번째 정신은 낙타이다. 낙타는 외경심으로 가득한, 인내심 많은 강인한 정신이다.

그는 사회, 종교, 도덕, 관습이 주는 의무에 순종하고 고통을 인내한다.

두 번째. 고독한 사막 한가운데서 정신은 이제 사자가 된다. 자유를 쟁취함으로써 사막의 주인으로 서고자 한다. '너는 해야 한다'라는 이름의 거대한 용을 물리침으로써 사자는 '나는 원한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종속적인 노예가 아닌 주체적인 주인이 된다.


하지만 사자도 새로운 가치는 창조할 수 없다. 

사자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조건을 획득하는 것뿐이다. 


낙타와 사자는 어른과 비슷하다. 

시키는 일을 순종적으로 하는 세상의 의무를 짊어진 낙타 어른.

시키는 일이 아닌 원하는 일을 하려고 하는, 주체적인 사자 어른.

하지만 낙타도 사자도 세상 안에 벗어나지 못한다. 

시키는 일을 하는 낙타도, 원하는 것을 힘으로 쟁취하는 사자도,

창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정신은 아이가 된다. 아이는 순진무구함이고 망각이다. 새로운 출발, 놀이,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 그리고 최초의 움직임이며 성스러운 긍정이다. 왜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아이만이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창조의 과정은 하나의 유희이고 동시에 긍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기준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나의 '즐거움'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아이.

이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창의력이고 새로운 가치의 창조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올까?

나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눈떠서 잠자는 순간까지 그 문제만을 고민했었다. 

정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창의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려고 책을 읽으며

어딘가에 있을 창의력을 찾아 헤맸던 것 같다.


창의력은 세상에 어딘가에 숨어있는 보물섬이 아닌 

내 마음속에서 놀이로 피워내는 꽃이다.


물론 창의력이라는 것이 놀이라는 것을 통해 뿅 하고 나오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고민해오던 주제에 어떤 나름의 답을 찾은 것 같다.

또 답을 찾고 있네; 어떤 자세라고 바꾸겠다.

창의력을 위한 자세.


창의력을 얻기 위함이 아닌 놀이를 위해 더 많은 영화와 책을 읽어보자


이 영화도 해답을 얻고 싶었던 것이 아닌 그저 쉬기 위해 본 영화였는데

놀이들의 연쇄작용으로 인해 새로운 생각을 창조할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의 대명사 스티브 잡스의 명연설을 살짝 바꿔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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