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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18. 2024

요즘들어 쉽게 노잼이라면,


나만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요즘들어 자기 자랑을 늘어놓던 링크드인 피드조차 자신의 퇴직을 알리는 글들과 획기적인 새로운 시도보다는 온건한 성장에 대한 기조를 이야기한다.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자기 회사가 신난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연봉이 팍팍 튀고, 모두가 돈 벌기 쉽다던 그 세상이 지금 같은 세상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갓생에 두근대던 취준생들은 아예 프리터족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래, 이제보니 세상 전체가 약간 노잼이 됐다.


14년째 사회생활. 이커머스 바닥이 어쨌거나 IT와 퐁족함에서 누구나 신기능을 만들어내고 비슷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고 매년 개인의 성장도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이 자리했다. 새로운 결제수단, 새로운 배송수단, 새로운 상품군의 등장은 언제나 일거리였고 그 안에서 더 편해지는 사용자 그리고 그걸 너무 잘하는 경쟁자들과의 경쟁은 지금보면 개발비용 투자가 용인되던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내가 큰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성공해서 부럽고 질투나고 존경하는 그 두근두근 마음 설레던 그 시절의 공기는 어디로 갔나. 


전보다 레드오션으로 변질된 고퀄리티의 유튜브 영상부터 AI로 뚝딱뚝딱 빚어내는 고퀄, 양질의 콘텐츠들은 서로 경쟁을 앞다투고 시간과 집중력을 앗아가버리지만, 도파민 중독이 일어나는 원천적인 이유는 아마도 원래 다른 곳에서 느끼던 도파민마저 더 안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그냥 정말 세상이 약간 노잼느낌이 난다.  


고용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는 사무실에서 점심 시간 후 가위바위보와 함께 아이스크림내기를 하던 시절에 난 40대 이후의 고용이나, 더이상 신입 후배가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 따위를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아이디어 펑펑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구현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허덕였지, 요즘처럼 인력이 줄어들어서 아예 필요한 일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에 대한 업계 이야기들로 과연 업계의 수용인원이 가능할까 불안해보이지는 않았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경력직들. 그리고 시작도 못하는 초년생들


업계에 앉아서 내 자리에서 더 재미있게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따위가 상당히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꼭 갓생을 해야하나요?"
갓생을 하기도 전에 지치는 사람들. 


이제 갓생을 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 떨어진 사람들의 질문들도 들려온다. 갓생을 살아야 겨우 손에 잡힐 것 같은 "평범한 안정감"이라는 것을 알지만 시작도 전에 갓생이 벌써 숨막히게 빡세게 느껴지니까. 그렇다고 잠시 손을 놓고 있기에 그 불안감도 크다.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노력해보자.


모두가 힘든 시기. 이 시기를 현명하게 살아내는 것은 무리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력이 아닐까.  무리하다간 조급해진 희망으로 마음이 다치고,  너무 쳐져있기엔 한없이 바닥까지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 


2008년 금융위기 시절과 IMF 시절에 커리어를 시작한 선배들 중에서도 우연히 버텨내고 이겨낸 곳에서 여지껏 조용히 이겨내고 버텨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한번 더 이 세상이 생생해질 그 시기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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