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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Jan 09. 2020

"내일부터 무급휴직을 해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휴식

그날은 일을 하면서 모처럼 기쁨을 누린 날이었다. 

내가 한 업무의 결과가 마음에 들었다. 회사의 니즈를 만족시켰건, 만족시키지 못했건 보람차다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운수 좋은 날이었다. 


마지막 마감보고를 끝낸 뒤 맛있게 저녁을 먹다가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회사 사정이 매우 어려워져서 내일부터 무급휴직을 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회사 사정이 왜 어려워졌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수치적으로 설명하였기 때문에 무급휴직에 해당하는 직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다. 

.

.

.

이해는 갔지만, 무급이라니? 휴직이라니? 


이틀이 지났다. 평소 눈물 많은 사람이지만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그만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정신이 괴로운 건 일상다반사였고, 몸까지 아파오는 괴로움을 참아가며 일을 마칠 때가 있었다. 

퇴근을 하면 그동안 못 쉬었던 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수영장에 가라앉은 듯 숨이 막혔다. 

나는 아가미가 없는 다이버였고 몸에 힘이 들어가 수면 위로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나 당장 돈이 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랜서 일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용돈이 급한 건 아니었다. 다만 뱃속에 있는 아기를 위하여 6개월 저축계획을 타이트하게 세웠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었다. 

새 생명을 맞이하기 위해 저축을 깨야 하는 상황이 온다니. 

그것만 안타까운 걸 보면, 나는 오로지 순수하게 돈 때문에 일한 것이 맞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 내가 그동안 자기계발을 너무 하지 않았구나. 

마지못해 일하는 것일지라도 전문적 지식을 쌓아야겠다. 

무급휴직 같은 당돌한 상황에 개의치않으려면 어느 정도 시장이 크고 일자리도 많은 직업을 찾아야겠다. 


그와 동시에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수익을 내는 일로 바꾸는 게 어떨까. 

기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당장 구할 수 있는 손쉬운 것들을 택했다. 

어차피 무급휴직 종료시점을 기다리기로 한 이상, 이 시간은 나를 위한 자기계발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둘씩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원하지 않은 일을 오랫동안 너무나 열심히 해온 까닭에, 나는 의욕을 잃어버린 상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보다,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에만 몰두해왔고 그래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 

걱정을 끼치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나는 무기력해졌고 번아웃됐다. 


의욕이 제로다. 뭔가를 해보고싶다는 마음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이어가려면, 일단 해보고 그 성취를 조금씩이라도 맛봐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일단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했다. 


다시 글을 써보기. 

이 글은 미래를 위한 다짐이면서, 스스로를 위한 응원이기도 하다. 

또한 다음 발을 내딛기 위한 도움닫기다. 


Do the next right thing. 겨울왕국2에서 안나가 엘사에게 한 말이다. 

2020년 인생명언일 듯하다. 


한발한발 나아가면서 조금씩 의욕을 추스르고 노력하고 싶은 마음을 되찾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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