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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서 자전거타다 서울을 느끼다

두바이 디자인답사 도시탐구 7탄

지난 가을, 여름으로 계절을 바꾸는 출장을 두바이로 다녀온 못다한 이야기를 더 까먹기전에 몸이 경험한 기록을 해본다. 두바이랑 하나도 안어울리는 ‘자전거와 자전거도로 이야기’다.


세상 부자도시, 럭셔리한걸 빼면 “더 럭셔리한 것”만 남을 것 같은, 화려한 도시를 보행자/자전거 중심으로 봐보려 해 봤다. 횡단보도는 페인트대신 색이 다른 대리석 패턴 + 모든 공유자전거는 이미 전동자전거 + 지하철에 골드와 일반 두개의 급으로 나뉘어 칸이 다른 것 등 새로운 경험들이 많았다. 나열하자면 더 많았다 사실. 가로수가 없는 도로변에는 나무그늘이 없고, 그래서 벤치도 없고, 보행자도 없고.. 막 그랬다.


도시 곳곳에 깔린 공유자전거 스테이션은 솔직히 마치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많이도 만들어 놓았다.� 인프라는 얼마나 잘되어있나 궁금해서, 앱을 다운받아 빌려보았다. 당연히 도심에는 자전거도로도, 타는 사람도 없었고, 그나마 도심밖으로 몇km 나가니 보행로를 나눠 선이 그어진 자전거 도로가 있었다.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와 함께 깔린 긴 구간은, 대략 한강공원 바이브에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보행로에 올라있던 자전거도로는 차량들로부터 물리적으로 떨어져 “안전”했지만, 보행자들과 공유하기엔 좁았고, 휠체어나 다른 바퀴달린 이동수단들이 다니기에는 단차이를 없애주는 슬로프 구간이 없어서, 심지어 계획된 자전거도로로 보이지도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미 10년도 더 전에 자전거도로 관련한 내용이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들어가 있었고, 자전거도로 표기는 그 전부터 바닥에 그려져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결과는..? 서울 도심 속 자전거도로와 청주 어딘가의 자전거도로의 구성은 거의 같고, 그 형태도 진화되지 않았다. 도시마다, 시간대마다, 계절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이용 목적도 다른 것을 이제는 적용 시켜볼만도 한데 말이다.�


도심에는 한강공원이나 교외로 뻗어있는 자전거도로들과는 다른 종류의 자전거도로가 필요하다. 레저용이 아닌, 이동을 위한 수단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자가용과 대중교통을 대체할 이동수단으로 도시에서 존재목적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근 10년간 자전거도로 관련 연구는, 그 ‘제한요소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판단한다.�


파리에서는 말그대로 자전거 안장에서 내리지 않고 3~4키로는 거뜬히 간다. 그리고 가는 동안 꽤 안전하고, 부담이 적고, 환승하는 교통 수단 중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파리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번에 두바이에서 자전거 약 20km 정도를 타면서 느낀 자전거 주행환경에서 그 차이를 더 느낄 수 있었다. 도로의 구성을 그대로 둔 채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계획한, 마치 한국 자전거도로 스타일의 “더 나쁜버전” 정도로 느껴졌다.


물론 더워서, 탈 이유가 없어서, 타러 갈 곳이 없고, 그 간격이 먼.. 다양한 이유들이 있어 자전거도시로의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없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이동수단들의 발달하고 보편화되면서 그 계획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 좋은 사례들이 많이 있어, 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전동킥보드를 규제하며 그 사고의 확률을 줄이는 방법보다는, 안전히 탈 수 있는 자전거도로 계획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킥라니”가 나오는 이유는, 그 타는 사람의 부주의나 전동킥보드의 속도도 있겠지만, 그보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도시 인프라에 비해서 “기술의 도입”이 너무 앞섰던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바퀴달린 신발처럼 한때 유행처럼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간과할 것은 아닐 것이다. 올바르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전거타고싶은 도로를 꼭 자전거 안장 위에서 계획하고,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방법으로 유도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방향이지 않을까 싶다.


파리에서는 4월 2일, 전동킥보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투표가 있다. 3년 전쯤 전동킥보드의 유행으로 가득했던 파리시에, 안전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3개 회사만 각각 5,000대씩인가? 운영하도록 하여, 급증하는 개체수를 제한했었다. 재계약을 앞둔 지금 그 회사들에게 “안전이 최대한 확보되는 좋은 아이디어 가져와라. 아니면 계약 안해주겠다”�️는 경고를 하고, 시민들에게 동시에 의견을 듣는다.


차량중심 도시를 자전거+보행 중심으로 바꾸는 것은 단지 정책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내 주변의 것들을 이용하고,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나의 시간을 찾고, 가족과 더 오랜시간을 보내고, 이웃과 소통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고.. 필환경시대. 어쩌면 100년동안 망가뜨려온 환경을 회복시키는 것. 개인의 이동성을 제한보다 도시가 더 똑똑하게 제공해야할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 공유자전거 스테이션 간격이 멀지 않은 것은, 자전거도시로 가는길에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를 이용할때도, 자전거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를 위해 이동할때도, 거치대의 촘촘함이 마우 중요하다. 파리 공유자전거 벨리브의 거의 모든 스테이션이 반경 200m내에 하나씩이 있는 것과, 지하철망과 함께 퍼져 개념을 구축한 벨로폴리탄 아이디어는 자전거 이용의 기폭제였다.


♿️ 자전거도로 계획을 안장위에서 하자는 이야기는, 그만큼 자전거 이용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장물, 위험구간, 기분이 좋아지는 구간 등등 구간별 상황과 목적에 따르는 계획은, 자전거 이용자들의 수를 늘린다.


� 자전거 도로에는 모든 바퀴가 달린 이동수단이 이용가능하다. 하지만, 빨리갈 목적을 가지는 것을 지양한다. 이동과 접근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얼마나 자주/근접이 용이하게 이동하느냐에 포커스를 잡아야 하고, A부터 B까지 가는 이동에 대한 분석을 다양한 이용자들에 따르는 각기 다른 속도와 페이스를 이해해야한다.


 �️도시가 안전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해결가능한(solvable) 문제들을 지자체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포기를 택하여 기술의 발전에 비해 인프라 발전속도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언급니다. 혁신은 기업이 하면된다. 지자체가 올바른 방향을 잡고 뚝심을 가지고 나아갈때, 도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예로, 파리는 2015년 기후협약 이후 환경과 관련되는 의사결정을 해야할 시에는 대부분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의 결정을 한다. 이유가 없다. 환경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에는 이유를 묻는 사람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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