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장실
나는 건축가도 아니고 설계 관련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공공디자인이나 건축물의 완성도에 시각적으로 조금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진하고 고르게 칠해진 페인트, 바닥이 균일하고 평평하게 공사된 도로, 전선의 지중화로 한결 깔끔해진 주거/상업 단지 등을 목격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며 위로가 되곤 한다.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외국의 도시들을 관찰하다 보면 각 나라의 경제력이나 국민성도 이런 사회 인프라의 '완성도'적인 부분에 상당히 반영되어 드러나는 걸 알 수 있다.
즉, 못 사는 나라의 건물들 외벽이 깔끔하게 공사되어 있는 경우가 별로 없고 국민성이 꼼꼼하고 섬세한 나라는 아스팔트 도로나 길바닥도 촘촘하게 공사가 되어 있다. 경험에서 비추어 보면 유럽에서는 동유럽 -> 서유럽 -> 북유럽 순으로 갈수록 공공 시설물들의 정비 상태와 공공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아지는데 이 순서는 대략 1인당 국민소득(GNI)과 일치한다. 아시아에서는 엄격한 사회 분위기와 견고한 경제력을 갖춰 왔던 일본이 한국과 중국보다 나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공식에서 살짝 벗어나는 한 가지 국가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GDP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며 GNI 기준으로도 상당히 높은 순위에 위치하고 있는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사회 인프라를 자세히 살펴보면 경제력에 비해 굉장히 취약하고 후진국스러운 부분이 많다.
많은 예들이 있지만 이번 편에는 '화장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입국심사장 까지 가는 도중에 적지 않은 수의 화장실을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 뉴욕 JFK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면 화장실을 찾아보기가 참 힘들다. 운이 좋으면 입국심사를 지나기 전 작은 규모의 화장실이 하나 정도 있을지 모르겠다. 심사를 통과해도 대게 화장실이 한 두어 개 정도 있지만 그 규모도 작고 미국이란 이름에 비해 국제공항 화장실 시설이 참 열악하다. 더 참담한 사실은 뉴욕 어느 곳을 가도 시설이 괜찮은 화장실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뭐 화장실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생각에 감이 잘 안 오는 사람들을 위해 아래에 미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공항 두 곳의 화장실을 비교한 동영상을 첨부했다.
[미국 JFK 공항 화장실]
[일본 나리타 공항 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