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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Oct 23. 2023

양림동 소녀



어떤 아들이 엄마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는 왜 세상과 싸워야 했을까? 자신의 장애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면 가족이 있어서 그랬을까? 엄마가 끄적거리는 그림을 보고 아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그림들 가지고 엄마의 인생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무작정 엄마에게 그림을 계속 그리시라고 말했다. 아들도 나름대로 작품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독립영화감독이다. 

어느 때보다 부담이 있을 것 같았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고 가족이라서 오히려 더 그녀의 인생을 몰랐을 것 같았다. 

이 작품을 시작한 계기는 어르신들이 “내가 살아온 인생을 말하자면 책 한 권이 나와….” 

그럼 우리 엄마도 그랬나? 

엄마는 진도에서 태어나 광주로 왔지만, 성인이 되자 광주 5.18을 겪었다. 노년이 되자.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장애인 이동권 운동까지 하셨다고 했다. 인생은 아무리 짧다고 하지만 책 한 권의 속에 저마다 끄적거리는 그림이 있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을 보면 스토리는 목소리와 그림만으로 전하고 있었다. 끄적거리는 그림이지만 한 번도 가지 못한 낯선 장소에 그냥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서울시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야외 공연장에서 개막했었다. 올해 21회를 맞이한 영화제는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그려온 미디어의 문제점을 짚었다. 장애인의 주체적 삶을 담은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제의 슬로건은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이었다. ‘양림동 소녀’는 어린 시절 광주 양림동으로 이사 와서 성인이 되어 여성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동참하였다. 이후 뇌졸중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주인공의 삶은 여러 정체성, 사회운동의 교차성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작품은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에 초대도 받았다고 한다. 




김삼식 기자

역으로 생각하고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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