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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Dec 26. 2021

奥奈津子さん

토요일에 책거리를 찾는 손님 중에는 폭풍쇼핑(오도나가이)을 하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한국 책을 만나 기쁜 나머지 한 권 두 권 그러다 10권 넘게 구입을 하신다. 이분들은 거개가 구입 리스트를 가지고 책방에 오는 목적형 구매자가 아니라 책장을 돌며 관심이 가는 책을 구입하는 발견형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발견형 구매자들을 더 선호한다, 왜냐하면 이분들이 훨씬 더 책을 많이 사기 때문이다. 책방지기들에게  사랑받는 손님은 역시 책을 많이 사는 사람이다. 가방에 책이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많이들 사신다. 이런 계획성이 없는 분들을 위해 우리는 현장에서 바로 택배로 보내드리는 친절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5,000엔 이상은 송료 무료. (2021년  11월부터는 7,000엔 이상)


그날도 토요일이었다. 소설 코너에서 30분이 넘게 책을 물색하는 여성이 있어, 찾으시는 책이 있는가 여쭈었다. 임철우, 최수철, 김채원, 양귀자, 이청준, 오정희 등의 작가를 읽어 왔는데 다음에 읽을 작품을 찾고 있다고. 오오오, 이분들은  1980년대-90년대 한국의 문학청년들이 가장 즐겨 있었던 작가들이다. 이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문학성을 가늠하고 또 많은 이들은 절망하고 그랬다. 한국문학을 전공하신 건가요? 아니오. 한국에서 유학을 할 때 같은 하숙집에 살던 한국인 언니가 권해주는 책을 읽어왔어요. 


오쿠 나츠코 씨. 일본 외무성에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한국말을 나보다 더 정확하게 하는 분이다. 문학작품을 통해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정서를 가늠하려고 노력하는 성실한 외교관이다. 

서울대학에서 유학했던 시절에, 광주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한국인 언니에게 한국소설을 소개받아 읽어 왔다고 했다. 소설을 읽고 한국어로 감상문을 써 체크를 받기도 했는데 한국어 체크가 아니라 문학비평 수업의 피드백 수준의 체크를 받았다고 하였다. 그런 언니가 있다니 정말 행운이네요. 그 언니랑은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나요? 귀국하면서 연락이 끊겼어요.



나츠코 씨는 책거리에 들락거리며 2000년대 이후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작가들 작품에도 손을 뻗치게 되었고 심지어 우리가 열고 있는 번역 강좌도 수강하게 되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옆에 있으면 주변 사람들도 부지런해진다. 적극적인 나츠코 씨 덕에 한국 원서를 읽는 멤버십 독서회를 1년간 운영하기도 하였다. 늘 자세한 자료조사와 발제문을 작성해 와 다음 발제자를  긴장하게 하는 재주가 뛰어났다.


나츠코 씨는 드라마 “미생”에 빠진 남편을 위해  만화 “미생” 일본어판 1-9권을 다 사기도 하였다. 너무 기뻐서 많은 손님들에게 큰 소리로 “이렇게 오도 나가이를 하신 분이 있어요. 여러분들도 흉내 내셔도 됩니다!” 그리고 나츠코 씨 사진을 찍어 다음 글을 덧붙여 책거리 멤버  라인에 올렸다.

“책거리 VIP 손님이니 다음에 이 분이 오시면 다들 인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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