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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Feb 20. 2023

책방거리 진보초에서 K-BOOK 페스티벌을 열다

2019년

 쿠온 김승복 


원하던 것을 얻은 아이의 얼굴은 얼마나 행복한가. 아이까지 빌려 올 것도 아니다. 요 며칠 필자를 보는 사람들마다 다들 아주 행복해 보인다고 말한다. 지금부터 필자의 행복한 순간을 지난 11월 9일에 있었던 “2019 K-BOOK 페스티벌”과 엮어서 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또한  일본에서 한국문학, 한국서적이 어떻게 소개되어 가는지도 곁들여 쓰도록 하겠다.


필자는 오래전 전부터 도쿄에서 한국 책을 모아서 페스티벌을 열어보고자 여러모로 궁리를 하고 애를 썼다. 그 열망이 지난  지난 11월 9일 도쿄의 책방거리 진보초에서 이루어졌다. K-BOOK 페스티벌이 벌린 것이다.


<북 페스티벌 입구에 세운 안내도>

<회장 설치 이미지>


<페스티벌 현장>


한국문학을 비롯하여 에세이, 인문서, 그림책 등을 낸 일본의 출판사 19사와 한국의 독립서점- 위트 앤 시니컬, 땡스북스에서는 한국의 원서들을 들고 와 장을 열었다. 부스에 진열한 책들은 거개가 한국책을 번역한 일본어 책이고 참가한 한국서점들은 소설과 시집, 한국 저자가 쓴 에세이와 사진집, 일러스트 집을 들고 나왔다. K-BOOK에 집중된 진정한 K-BOOK 장이 섰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이 화제가 된 계기는 아마도 박민규의 “카스텔라”가 제1회(2015년) 일본번역대상을 받은 것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본번역대상은 번역자들과 독자들이 만든 상이다. 세계문학을 더 좀 읽게 하자는 취지로 영어권 번역자들이 중심이 되어 상을 만들고 독자들이 작품을 추천하여 추천수가 많은  작품을 후보로 올려 선정을 해 가는 방식이다. 상금이며 수상식 비용마저도 독자들이 클라우딩 펀딩을 해 모아가는 방식이 신선하다. 상을 제정하고 작품 후보가 올라가고 소설 좋아하는 많은 이들의 이목이 이 상에 집중되었다. 박민규라는, 이렇게 엉뚱하고 기발하고 재미있는 작가가 이웃나라에 있었다니. 독자들은 박민규에 흠뻑 빠져들었다. 아, 여기서 빠트리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 지금 한국문학을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번역하는 사이토 마리코 씨다. 마리코 씨는 실은 한국어를 아는 편집자로, 한국어 네이티브인 현제훈 씨가 번역한 “카스테라”를 읽기 쉬운 일본어로 바꾸면서 번역가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편집자이면서 번역가인 마리코 씨는 실은 시인이기도 하다. 90년대 한국에 유학하면서 그녀는 “입국”이라는 시집을 한국어로 써서 민음사에서 내기도 하였다.(1993년). 시인이면서 편집자이면서 번역가가 빚어내는 글이란 얼마나 둥글고 단단한가. 

마리코 씨는 조남주, 한강, 편혜영, 황정은, 정세랑을 번역하고.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번역한다. 그림책 “수박 수영장”도 그녀의 몸에서 일본어로 다시 태어났다.

일본번역대상 수상 이듬해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쿠온 출판사에서도 일본어판이 2011년에 나온 터라 일본어 독자들도 한강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였다. 수상발표전날에 독자들과 독서회를 열기도 하였다. )

이렇게 큰 상을 통해 세계관이 전혀 다른 박민규와 한강을 알게 된 일본독자들이 서서히 이웃나라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관심이 집중된 상태에서 두 건의 수상에 이어 불세출의 부지런한  번역가의  출현으로 한국문학은 정말이지 아주 짧은 시간에 일본열도의 문학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의 도움도 상당했다. 아이돌 스타들이 읽은 책들이 일본어판까지도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3년간 70만 부가 팔렸는데 일본어판은 올 3월에 나와 현재 20만 부를 넘어섰다. K-POP을 좋아하는 층들이 아이돌 스타의 안내로 에세이를 접했다가 한국문학으로까지 넘어오는 현장을 곧잘 목격하곤 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책방을 찾는 어린 여학생들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읽고 나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이현의 “철원 1945년”, 백수린의 “참담한 빛”까지 찾아 읽는다.

또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용준의 “선릉산책”,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 편혜영, 김연수, 이기호, 김영하, 박성원, 하성란, 조경란, 은희경을 찾는다. 

이렇게 한국문학 코너가 풍성해졌다.

한편 한국의 그림책들도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 그림책 노포인 복음관 출판사가 한국적 정서를 가진 그림책들을 연이어 번역출판하고 브론즈신사에서는 백희나 작가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 책방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코너는 이 그림책 코너이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가장 먼저 읽어보려는 책이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책방지기도 겸하므로 한국의 번역서들이 어떻게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으며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인다. 내가 하는 이런 경험을 모두가 할 수 없는 일이나 북페스티벌을 열면 가능하지 않을까. (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과 인터넷 댓글을 읽는 것은 진짜 차원이 다른 세계의 일이다.)

독자들의 생 목소리를 듣게 되면 책 만드는 에너지가 더욱 건강해지는 것을 나는 몇 번이고 경험하였다. 이런 경험을 내 주변의 편집자들이 한다면 한국책을 더 많이 낼 것이라는 흑심을 품으면서 북페스티벌을 열자고 속삭이며 다녔다. 이 생각을 주변에 바이러스처럼 뿌리고 다닌 덕에 뜻이 맞는 몇 개의 출판사와 실행위원회를 구축할 수 있었다. 

우리가 정한 것은,


한국에 관한 책을 들고 나오자

가능하면 편집자들이 나와서 책을 소개하자


이 두 가지였다.


출점할 출판사들을 모집하고 한국에서는 책방이 출점할 수 있도록 해 보았다. 일본의 독자들이 한국에 여행을 갔을 때 그 책방을 찾아갈 수 있다면 만남이 지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집전문 책방 위트엔 시니컬의 유희경 대표. 시인이 책방지기가 되었다>


<뒤쪽 라인에 문학전문 서점 고요서사가 있다>


행사 당일 11시에 문을 열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책을 구입하고 준비한 토크 이벤트를 경청해 주었다. 방문객은 1200명.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고(82%), 2-3권 구입자가 많으며, 30대-40대가 40%를 차지하였다. 북페스티벌 개최정보는 트위터로 안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 인스터그램, 페이스북, 전단지 순이다. (전단지가 돈이 가장 많이 들었다는 우울한 사실)


관심도가 높은 이들이 오게 되므로 행사장 체재 시간도 길다. 부스별 순례에 시간을 들이고 중간중간 토크 이벤트며 퀴즈대회에서 다리를 쉬면서 자신의 독서력을 체크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었다. 부스에서 책을 설명한 편집자가 나와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는지를 말하고  그 책 속에 대한 퀴즈를 냈기 때문에 집중도가 높은 시간이기도 했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을 들고 나온 편집자>

<“00이 약이다”  1. 술  2. 세월  3. 김치>


<가와테쇼보의 문예 담당 편집자>

<책을 읽어 답을 아는 사람은 이렇게 손을 들고>


<책 속에 답이 있다. 퀴즈대회를 마치고 부스로 유도>


한국에서 온 책방지기들과 일본의 책방지기들의 토크 이벤트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책방지기들의 희로애락은 어쩌면 다들 비슷한지. 그중 위트 앤 시니컬의 점주 유희경 씨가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책방은 책을 파는 곳만이 아니라 독자가 책을 가까이하게 하는 장치를 하는 곳이다”


단 하루만인 페스티벌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또 열어달라고 하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 무엇보다 기쁜 것은 출점을 한 출판사들이 내년 북페스티벌에 맞추어 더 많은 신간을 준비하겠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나의 의도가 단 하루 만에 전달이 되다니. 오는 11월 20일에 다들 모여서 이번 북페스티벌을 점검하는 반성회를 열고 내년 일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다들 독자들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단지 장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이번 페스티벌 중에 받은 한 장의 전단지가 준 감동을 한국의 출판관계자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림책 노포 출판사인 복음관에서는  올 10월에 번역 출판 한 “책보”(이춘희 글, 김동성 그림)를 들고 나왔다. 담당 자인 후지이 타카히로 씨가 만든 전단지 마지막에 들어간 문구를 두고두고 말하게 될 거 같다.


“그림책으로 이웃나라 문화를 안 어린이들이 자라면, 앞으로 두 나라 사이가 더 좋은 쪽으로 변해 갈 것을 믿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의 그림책을 계속 소개하려고 한다” 


<복음관의 한국 책, 한국 그림책 소개 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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