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은하수와 함께 개머리 언덕을 걷습니다.
某月某日
은하수가 가장 밝게 빛나는 날로 택일하여
內子 앞세우고 개머리 능선에 오릅니다.
그동안 혼자 다닌다고 핀잔주던 친구 녀석이 들으면
같이 바람 좋은 곳 찾아 나선 나를 보고
나이 드니 사람 되어간다고 사뭇 반가워하겠지요.
무더위에도
바람은 언덕을 넘어 바다를 향하고, 밤에는 남쪽으로 은하수가 비스듬히 흐릅니다.
게다가 때가 되면 서쪽에서부터 잔잔하게 흘러내리는 석양에, 내 사대육신은 더위에 지칠 새가 없습니다.
온몸 실핏줄이 이렇게 힘차게 흐르는 건 참 오랜만의 일입니다.
연평산으로 가는 길 지금은 전선 없는 전봇대만 남아 있습니다
이곳의 나무는 햇빛을 향하여 자라지 않습니다.
나무는 바람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바람과 같이 합니다.
해변 능선 은하수.... 산행까지 어느 것 하나 불만이 없는 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