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더 늦기 전에 쓰는 [노견일기]
열네 살 노견 킨키 가족의 이야기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수능이 끝났을 때였어요. 당시엔 어렸고,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들떴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책임과 의무, 사명감 같은 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 채 기쁘기만 했어요. 그래서 함께하는 세월이 늘어갈수록, 개에 대해 알아갈수록 내 개에게 미안함이 듭니다.
가족으로 함께한 지 벌써 14년이 됐네요. 의지하고 보듬으며 지내온 하루, 한 달,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개는 나보다 먼저 나이가 들어버렸습니다. 개를 키우는 것이 처음이라서, 개의 시간이 사람보다 빠르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키우지 못했어요. 나이가 들고, 그래서 아플 거라는 것도 멀게만 느꼈습니다.
무척 건강했고, 그래서 우리는 아마 오래오래 함께 할 지도 모른다고 믿었어요. 열 살이 된 개의 양쪽 눈에 녹내장이 오기 전에는.
내 개가, 앞으로 실명할 거라는 말을 믿기 싫었습니다. 어떻게든 시력을 지켜주려고 매일매일 시간마다 약을 넣어줬고, 병원에 다녔고, 시술을 해주었어요. 그렇지만 두 눈 모두 시력을 잃었어요. 한쪽은 의안, 한쪽은 적출을 하게 됐습니다.
보이지 않는 개와 산책하는 훈련을 해야 했어요. 당시 한국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개를 위한 보호기구가 없어 해외에서 구해왔어요. 수술을 여러 번 하니 기운이 없어진 데다 시력까지 잃은 개는 만지는 것도, 걷는 것도, 듣는 것도 무서워했어요.
나이 든, 보이지 않는 개와의 하루는 많은 것이 새로워요. 3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아프지만 상황을 받아들이고 안정을 찾았습니다. 이제는 함께 조금은 느릿하고 의젓하게 산책을 나갑니다. 굉장히 좋아해요.
최근 킨키는 담낭에 문제가 생겨 약을 먹고 있어요. 백혈구 수치까지 낮아졌다고 합니다. 늙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네요.
우리에게 얼마의 시간이 남아 있을까요. 알 수 없지만,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불안하고 두려웠던 20대를 함께 해 준 사랑하는 내 강아지 킨키. 끝까지 옆에 있어주고, 오래오래 함께 걸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