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부모님과 함께 전통주를 마시며 만찬을 즐겼습니다. 시래기 돼지 목뼈찜과 두부조림 버섯 조림 무조림, 굴비 튀김을 안주로 해서 먹었습니다.
식전주를 겸한 첫 번째 술은 동해 22도입니다. 갓 도정한 쌀을 2주간 발효해서 3개월 이상 숙성한 뒤 울릉도 해양심층수의 천연미네랄을 함유한 물을 넣어 22도 도수를 맞춘 술입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여운이 있는 술입니다.
두 번째 술은 30도에 홍천강 소주입니다. 밀로 누룩을 띄우고 쌀로 고두밥을 쪄서 혼합해 발효합니다. 씁쓸한 허브향과 함께 생감자 호박을 닮은 고소하고 풋풋한 향을 풍기네요. 도수 대비 순한 맛과 매끄러운 목넘김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술은 미음 40도입니다. 쌀을 음미하다라는 뜻의 순수 쌀 소주입니다. 놀랍게도 연태 고량주처럼 강렬한 파인애플 향이 코를 뻥 뚫어 줍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향이 더해져서 화려한 풍미가 혀를 감싸고 향긋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좋은 술이 그렇듯이 목젖을 타고 넘어간 다음에는 얼얼한 작렬감과 감칠맛이 나타나죠. 맨 마지막에는 다시 은은한 파인애플 향과 꽃 향기가 올라와서 산뜻하게 마무리됩니다.
조부모님과 우리가 식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들이 전화를 해서 조 부모님의 안부를 묻네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한 을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건배! 물론 부모님이 계셨기에 진짜 마음으로만 생각했습니다. ㅎ
부모님이 오늘까지 121종의 우리나라 전통주를 드셔본 한국인이 되었습니다.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마당놀이모음전을 보여 달라고 하시네요. "이제 우리가 몇 번이나 더 보겠냐, 그것 좀 예약해 다오."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노년을 보내다 돌아가신 노인네들로 만들어 드리겠다는 우리 부부의 약속이 아직까지는 크게 벗어남이 없다는 실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