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정이 저에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해외에서 방문한 도시의 수가 200번째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그 주인공은 고토히라입니다. 교토의 니넨자카, 산넨자카를 올라간 적이 있거나, 타이완의 지우펀이나 스펀을 가 본 사람, 혹은 앙코르와트의 사원 계단을 올라 본 사람은 계단 꽤나 올랐다고 자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기 고토히라궁에는 비할 바가 못됩니다.
인도의 쿰비라를 음차하여 곤피라라고 불리는 바다의 신을 모시는 곤피라궁에 이르는 계단의 숫자는 무려 1,368개.
108번뇌고 뭐고 하나도 생각 안 나고 18, 18 염불을 외듯 18거리면서 올라가면 평지인 듯 하다가 방향을 바꾸어 또 까마득한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일본 사람들도 평생에 한번 여기를 와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데, 18, 18 하다보니 18+18=36계 줄행랑이 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ㅎ
하도 계단이 이어져서,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토해 내듯이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진짜~"라고 외쳤지 뭡니까. 그런데 마침 위에서 내려오던 남자가 한국 사람이었어요. 웃으면서 거의 다 왔습니다라면서 내려가더군요.
등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다고 하죠? 하지만 저는 산에서 만난 사람은 다 나쁜 사람이라고 봅니다.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가면 돼요, 금방이에요...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